일흔살에다시읽는
요한계시록-144
9:1
다섯째 천사가 나팔을 불매 내가 보니 하늘에서 땅에 떨어진 별 하나가 있는데 그가 무저갱의 열쇠를 받았더라
이제 다섯째 천사가 나팔을 부는 순간이 왔습니다. 하늘에서 땅에 떨어진 별은 천사를 가리킵니다. 그 천사는 ‘무저갱’의 열쇠를 받았다고 하네요. 이제 무저갱이 열리겠지요. 무저갱(아비스)은 지옥을 가리킵니다. KJV 성경은 ‘bottomless pit’(바닥이 없는 구덩이)이라고 번역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지옥이 있을까요? 어디에 있을까요? 그곳의 실체는 무엇일까요? 칼 바르트는 하나님께서 지옥을 만드셨으나 궁극적으로는 비워놓으신다고 말하긴 했습니다. 어려운 주제입니다. 엄청난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지르고도 전혀 반성할 줄 모르는 사람이 죽은 다음에 지옥에 가지 않는다면 도대체 하나님의 정의로운 심판은 있기나 한 거냐, 하는 질문이 가능합니다. 하나님이 전능하시다면 아무리 포악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지옥에는 떨어지지 않도록 변화시키실 수 있는 거 아니냐, 하는 반론도 가능합니다. 이런 궁극적인 문제를 확정적으로 알거나 말할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는 소극적으로 이렇게만 말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언젠가 악을 완전하게 괴멸시키십니다. 아직 악이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하나님의 때가 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옥은 어떤 장소라기보다는 하나님이 없는 시간이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죽음 이후의 지옥 운운하기 전에 살아있는 동안에 이미 지옥처럼 인생을 사는 사람들도 제법 많다는 사실도 뚫어봐야 합니다. 최상으로 화려한 삶을 살아도 삶을 지루하고 허무하게 느끼며, 자기라는 작은 세계 안에 갇혀있는 게 바로 지옥 경험이겠지요.
공동번역 [9:1 다섯째 천사가 나팔을 불었습니다. 그 때 나는 하늘로부터 땅에 떨어진 별 하나를 보았습니다. 그 별은 끝없이 깊은 지옥 구덩이를 여는 열쇠를 받았습니다.]
새번역 [9:1 다섯째 천사가 나팔을 불었습니다. 내가 보니, 하늘에서 땅에 떨어진 별이 하나 있는데, 그 별은 아비소스를 여는 열쇠를 받았습니다.]
발도 닿지 않는 계속해서 떨어지는 세계,
늪에 빠지면 자꾸면 나를 끌어 당긴다고 하지요.
늪에 빠지는 것처럼 뭘 해도 빨려 들어가기만 할뿐 헤어 나올 수 없는 것이 무저갱(아비소스)인가 봅니다.
무심코 제 자신이 그 밑바닥에 빠지지 않길 바랄뿐입니다.
무저갱(아비소스) 단어에서
안치환 가수가 부른 류시화詩의 [소금 인형]이 생각 납니다.
소금인형/류시화
바다의 깊이를 재기 위해
바다로 내려간
소금인형처럼
당신의 깊이를 재기 위해
당신의 피 속으로
뛰어든
나는
소금인형처럼
흔적도 없이
녹아버렸네
안치환 - '소금인형' -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