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당일기(335)- 배추벌레 똥
현장을 잡았다. 배추 벌레가 배추잎을 실컷 먹고 배설하는 현장을 말이다. 매일 아침 루틴으로 그러하듯이 어제 주일 이른 아침에 텃밭에 나가서 상황을 살펴보았다. 뭔가 보통 때와 달랐다. 배추 잎에 녹색 알들이 촘촘이 붙어 있었다. 배추 속에는 그 알들이 무더기로 들어차기도 했다. 배추 벌레 알인가, 생각했다. 그게 아니었다. 아래 사진에 보듯이 벌레의 배설물이었다. 배추도 짙은 녹색이고 벌레도 녹색이며 배설물도 녹색이라서 그냥 보면 구분이 안 된다. 보기에 따라서 보석처럼 보이기도 한다. 근데, 저 ...
원당일기(334)- 잔디 깎기
마당 삼분의 일을 텃밭으로 만들어서 이제는 마당 잔디 깎기가 훨씬 간편해졌다. 그래도 그게 일이다. 장마철부터 잔디 성장 속도가 빠르다. 우리집 토질이 나빠서 그나마 다행이다. 한여름에는 폭염으로 잔디가 누렇게 변하고 성장도 더디다가 가을비가 내린 후에는 짙은 녹색이다. 잔디밭에 잔디만 있는 게 아니라 온갖 잡풀이 함께 자란다. 쑥과 토끼풀이 많다. 이를 일일이 뜯어내려면 보통 열정으로는 엄두는 못낸다. 잔디는 살리고 잡풀은 잡는 잡초제거제가 있지만 그런 약까지 치면서 잔디를 키울 생각은 없다. 어느 ...
원당일기(333)- 존재의 신비 [4]
나는 요즘 하루에도 몇번씩 집을 한바퀴씩 돈다. 텃밭에서 자라는 무와 배추를 돌보기도 하고, 뒷마당 감나무에서 떨어진 감을 줍기도 하고, 그냥 좁은 뒤꼍을 돌면서 눈에 들어오는대로 본다. 오늘 뒤꼍을 도는데 잡풀 더미에서 갑자가 새로운 색깔이 확 눈에 들어왔다. 처음 보는 보라색 꽃이다. 아마 잘 알려진 꽃이겠지만 내 기억에는 남아있지 않다. 사진으로는 느낌이 잘 전달되지 않을 거 같다. 왼편에 어떤 '날것'이 꽃에 정신을 팔고 있다. 기온이 뚝뚝 떨어지는 이 순간에 저 '날것'은 무슨 이유로 향기도 없는 ...
원당일기(332)-배추 [2]
텃밭에서 할일은 끝이 없다. 전체적으로는 흙갈이를 해줘야 하는데, 그건 '미션임퍼시블'이라서 포기했다. 대신 흙을 충분히 뒤집어주고 퇴비를 충분히 줘서 채소가 뿌리를 내리고 자랄 수 있는 조건만은 해결해야한다. 그 이전에 돌을 가능한 한 많이 골라내야 합니다. 그건 순전히 내 노동력으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오이 덩굴이 타고 올라가는 망을 이번에는 전체를 교체해서 새로 만들어줘야한다. 앞마당 텃밭 블럭 펜스는 일단 세웠으나 옆마당은 앞으로 세워야 한다. 요즘은 앞마당 텃밭에 심은 배추와 무 관리에 집중...
원당일기(331)- 똥차! [2]
지난 추석 전 9월14일 토요일에 정화조 청소를 했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업체에 연락해서 똥차를 불러야 한다. 그게 좀 번거롭다. 어느 때는 새벽에 오고, 어느 때는 오후에도 온다. 그래서 가능한 한 시간을 서로 조정해보려고 한다. 실무를 맡은 분이 14일 오전에만 일한다고 해서 그렇게 약속을 잡았다. 지금까지는 소형 똥차가 왔으니 이번에는 대형차가 왔다. 근사한 모습이다. 차가 커서 그런지 일하는 분들도 두 분이다. 이전에는 환갑이 훨씬 넘어보이는, 살이 좀 짼 분이었는데, 이번에는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건...
원당일기(330)- 계란 후라이 [2]
이전에는 계란을 삶아 먹다가 한달 전부터 나는 매일 아침 후라이팬에 계란후라이를 만들어 먹는다. 삶기 방식은 여러개를 처리하기에 편리하기는 하나 맛으로만 보면 후라이가 낫기 때문이다. 아내와 나는 아침 먹는 시간이 달라서 각자 따로 만든다. 두주일 전쯤 식용유가 떨어져서 어떻게 하나 하다가 후라이팬 온도를 낮추면 계란이 눌러붙지 앓고 익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대로 되었다. 시간은 좀 걸렸다. 나중에 아내에게 내가 하는 방식을 알려줬더니 자기도 좋다고 한다. 식용유도 가끔씩만 사용하니까 ...
원당일기(329)- 흙 [4]
시골 생활은 뭐니 뭐니 해도 흙과의 공생이다. 대도시에 살아도 흙을 벗어날 수는 없으나 흙 마당과 텃밭과 비포장 길이 있는 시골 생활과는 비교할 수 없다. 오늘 오전에는 영천 테니스장에서 시니어 회원들과 가볍게 테니스 세 게임을 했고 (결과는 사이좋게 1승 1패 1무승부) 점심을 집에서 간단하게 먹고 오후 내도록 마당에서 일했다. 흙과 풀과 벌레와 햇볕과 함께 4시간을 지낸 셈이다. 햇볕은 따가웠으나 기온이 적당해서 일하기가 힘들지 않았다. 지난 금요일과 토요일에 내린 가을비로 마당에서 자라는 잔디와...
원당일기(328)- 가을비
오전에 오락가락하던 가을비가 오후 들어서 제법 강하게 쏟아졌다. 가을비라고 하기에 민망할 정도로 요즘 더위가 극심했다. 내일도 종일 비 소식이다. 다행이다. 본격 가을 맞을 준비나 해야겠다. 낮 하늘과 밤하늘을 조금 더 자세히 보고 생기를 조금씩 잃어가는 앞산에도 눈길을 더 자주 주고 가을벌레 소리에 귀를 더 기울이고 바람에 날리는 참나무 낙엽을 손으로 받고 옷을 조금 더 단정하게 입고, 첫 데이트 순간처럼 설레는 심정으로 이번 가을을 맞아보자.
원당일기(327)- 시골살이
2013년 3월15일에 경산 하양에서 영천시 북안면 원당으로 이사했으니, 올해가 햇수로 12년째다. 지난 12년간 원당도 많이 변했다. 동편 산자락에 상주 영천 고속도로가 뚫렸고, 그 너머로 영천 경주 기찻길이 뚫렸다. 귀촌한 가족도 제법 여럿이나 여전히 주민 숫자는 얼마 안 된다. 내 서재에 앉아서 동편 창문으로 보이는 건 산과 그 중턱에 자리한 집 한 채다. 이곳 원당에서는 가족 외에 사람 구경하기 힘들다. 특히 지금은 농번기가 아니라서 마당에 나가서 마을을 내려다봐도 사람을 보기 어렵다. 외롭다면 외...
원당일기(326)- 배추 벌레 [1]
9월9일에 배추 모종을 심었고, 9월12일에 무 모종을 심은 뒤에 이 모종을 보살피느라 모지리 텃밭 농부는 바쁘다. 가장 큰 어려움은 늦더위다. 요즘 한낮 기온이 34-35도를 오르내리니 무슨 작물이 견뎌내겠는가. 아무리 물을 자주 공급해도 한낮 불볕더위에 몇 시간만 노출되면 모종은 몸을 최대한으로 움츠린다. 그리고 힘을 잃고 엎드린다. 그게 위기 상황에서 그들이 취할 수 있는 최후의 자기 보호 기능인가 보다. 악조건 가운데서 7센티였던 배추 모종은 아래에서 보듯이 10일 만에 15센티로 자랐다. 장하다. ...
원당일기(325)- 늦더위
오늘 대구 최저 기온은 25도였고, 낮 최고 기온이 35도였다. 내일도 비슷한 기온이다. 대구 옆 동네인 영천 기온도 대구 못지않게 한여름과 같다. 낮에는 물론이고 밤에도 약하게나마 선풍기를 켜놓는다. 이런 정도로 더위를 버텨낼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불평을 쏟아낼 이유는 하나도 없다. 늦더위로 텃밭 모종들이 벌이는 생존 투쟁이 처절하다. 지난 월요일에 심은 배추 모종은 몇 번 위기를 넘겼고, 어제 심은 무 모종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주말 텃밭을 경작하는 분들의 모종은 거의...
원당일기(324)- 의사 홍종원
요즘 <한계레21>에 ‘찾아가는 의사’로 알려진 홍종원이 칼럼을 게재 중이다. 찾아가는 의사는 ‘왕진 의사’를 가리킨다. 옛날에는 의사가 가정집으로 환자를 종종 보러 다녔다. 앰블런스도 별로 없었고, 병원에 응급실도 별로 없었을 시절이었다. 홍종원이 찾아가는 환자는 대개 병·의원을 찾지 못하거나 않는 이들이다. 주변에서 그들의 딱한 사정을 말해주면 홍 의사는 왕진을 마다하지 않는다. 단순히 병 치료에서만 도움을 주는 게 아니라 그들과의 인간적인 친밀감을 나누는 방식으로도 도움을 준다. 환자를 수단...
원당일기(323)- 가을 농사
어제 다샘교회 예배 후 식사 친교 시간에 아무개 장로가 나에게 물었다. 김- 텃밭에 김장 배추 심으셨습니까. 나- 아직요. 텃밭만 정리하고 있습니다. 오는 주간 후반에 비가 온다고 하니 그때 심으려고요. 김- 보통 김장 배추는 8월말에 심습니다. 늦었네요. 나- 내가 잘못 알고 있었나 보군요. 당장 내일이라도 심어야겠네요. 오늘 테니스장에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영천 시장에 나가서 모종 집에 들렸다. 배추 모종 24개와 무 모종 21개, 그리고 10월에 뿌려서 봄에 수확할 배추와 시금치 씨앗도 샀다. 갯수가 딱 떨어...
원당일기(322)- 맷돌호박 [2]
일주일째 자투리 시간에 텃밭을 정리하는 중이다. 이번 여름 작물 중에서 우리의 미움을 가장 많이 받은 게 호박이다. 봄에 아무 생각없이 호박씨를 많이 심었다. 사실은 두 가지 생각이 있었다. 1) 발아 된 녀석들 중에서 튼실한 것만 살려놓자. 2) 퇴비를 충분히 주지 못했으니까 여럿을 키워서 개별당 결실은 적게 맺자. 일반 애호박과 땅콩호박 씨를 뿌렸다. 예상 외로 호박 덩굴이 근처 다른 작물을 완전히 지배했다. 호박을 다 걷어낼까, 하고 고민하다가 서로 다른 작물들이 어울여서 지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하...
원당일기(321)- 난 키우기 [2]
이른 봄부터 난을 키우고 있다. 이런 일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우연하게 그렇게 되었다. 사람의 운명이라는 게 정해진대로만 흘러가는 게 아니지 않는가. 다샘교회 박 아무개 집사는 타일 마이스터이면서 난 재배에도 전문가다. 한때는 난 재배를 전업으로 삼을 정도니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한다. 나- (지나가는 말로)혹시 집에 난 남은 거 있나요? 그- 왜 목사님이 키우시려고요? 나- 잘 할 자신은 없지만 집사님 말을 들으니까 해보고 싶네요. 그- 알았습니다. 좀 기다려주세요. 한달쯤 후에 난 세 개를 철제 기...
원당일기(320)- 세멘블럭 [6]
오늘 오전 영천 시내에 있는 테니스장에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북안에 있는 '북안종합건재'에 들려 세멘블럭 4인치짜리 20개를 사왔다. 아래 사진에서 보는 대로 요즘 소나타 승용차가 고생이 많다. 블럭 크기는 이렇다. 가로 39센티, 세로 19센티, 폭 10센티다. 폭이 더 넓은 블럭도 파는데, 나는 좁은 걸로 샀다. 손으로 들어보니 대략 15킬로그램 정도 무게는 된다. 20개니까 전체가 300킬로그램이 된다. 내 몸무게 나가는 사람 다섯 명이 더 탄 셈이라서 차 움직임이 더뎠다. 직원이 나를 보면서 급 출발과 급 정거...
원당일기(319)- 무지개 [2]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늦은 오후에 봄, 여름 작물을 정리하고 흙에 삽질하고 퇴비와 비료 주고 풀을 뽑았다. 마당 앞쪽 텃밭은 어느 정도 정리된 셈이나 남쪽 텃밭은 갈 길이 멀다. 가는 비가 오락가락했다. 잠시 허리를 펴고 물을 마시면서 동편 하늘을 보는데, 이게 웬일인가. 오랜만에 멋진 무지개가 떴다. 시시각각 색깔이 달라진다. 겹 무지개도 선보였다. 저녁 6시 30분부터 30분가량 하늘에서 펼쳐진 파노라마를 사진으로는 다 담아낼 수가 없어서 아쉽다. 구름, 구름 사이 햇빛, 낮은 ...
원당일기(318)- 퇴비 [1]
오늘 오전에는 영천 시니어 테니스회 ‘정모’에 참가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북안 농협에 들러서 개당 4천 원짜리 퇴비 8포대를 샀다. 농협 정회원들에게는 개당 2천 원에 판다. 농지 원본이 있으면 정회원히 될 수 있는데, 자격 조건은 최소한 농사지을 땅 4백 평이다. 시골에서 텃밭 농사라도 짓고, 손수 집과 마당을 관리하려면 짐칸이 있는 차기 필요하다. 아내와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소나타로 실어나르려니 불편하기 짝이 없다. 차에 실을 수 없는 큰 물건은 평소에 아예 생각도 못 한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
원당일기(317)- 썩은 나무 둥치
작은 텃밭과 마당이 딸린 촌집에서 살기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다. 여기서 정말 많은 걸 보고 경험했다. 대부분은 생명과 관계된 것들이다. 여기에 터 잡고 사는 친구들도 있고 세월 따라, 물길 따라, 바람 따라, 날씨 따라 잠시 들렸다가 떠는 친구들도 있다. 아내가 질색하는 벌레는 수시로 집안까지 불시에 들어온다. 이끼와 곰팡이류도 있다. 당연히 세균류도 많지 않겠는가. 올해 꽃도 시원치 않았고 열매도 단 하나 맺지 못하다가 장마 때부터 시들어가는 사과나무를 며칠 전 발로 툭 차니 피식하고 쓰러졌다. ...
원당일기(316)- 백일홍 [4]
나는 ‘다샘’교회 주보를 일주일 내도록 옆에 끼고 산다. 주보 초고 작성은 목요일에 하고 탈고는 금요일 오후이고 탈고 즉시 다비아 사이트에 업로드한다. 업로드된 파일을 다시 교정 보는 분이 있고, 교정본을 출력본 파일로 만드는 분이 있다. 그 출력본으로 종이 주보를 만들어서 가져오는 분이 있다. 주일은 교회에서 주보를 여러 번 읽는다. 내 순서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월요일에도 주보를 집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종종 다시 읽는다. 내 책상 위에 놓여 있기에 평일에도 틈날 때마다 집어 든다. 교인들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