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예수 어록(255) 12:7

그를 가만두어 나의 장례 할 날을 위하여 그것을 간직하게 하라

 

나사로를 살린 예수 언행은 44절로 끝났다. 매우 길다. 45절부터 57절까지 후속 담론이 계속된다. 유대교 지도층은 산헤드린 공회를 소집해서 예수에 얽힌 이 사안을 다뤘다. 48절에 그들의 생각이 나온다. “만일 그를 그대로 두면 모든 사람이 그를 믿을 것이요 그리고 로마인들이 와서 우리 땅과 민족을 빼앗아 가리라.” 그 내용은 두 가지다. 어떤 조처를 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예수에게 몰려들 것이라는 사실이 하나이고, 이로 인해서 로마인들의 박해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사실이 다른 하나다. 두 번째 주장은 예수의 하나님 나라 운동이 로마의 개입을 불러올지 모른다는 염려로 보이는데, 논리적으로 쉽게 이해가 안 된다. 어쨌든지 그들은 예수를 제거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53). 그리고 이제 예수는 현상금이 걸린 중범죄자로 낙인이 찍혔다. “이는 대제사장들과 바리새인들이 누구든지 예수 있는 곳을 알거든 신고하여 잡게 하라 명령하였음이러라.”(57).

12:1-8절에는 예수의 죽음을 암시하는, 아주 인상 깊은 이야기가 나온다. 마리아가 예수의 발에 비싼 향유를 부은 사건이다. 이 이야기는 마태복음(26:6-13)과 마가복음(14:3-9)에도 나온다. 거기에는 마리아가 아니라 그냥 한 여자로 나온다. 그 일이 벌어진 장소 역시 나사로의 집이라는 요한복음과 달리 나병환자 시몬의 집으로 나온다. 마을 이름은 똑같이 베다니다. 비슷하지만 구별되는 또 하나의 전승을 전하는 누가복음 기자는 바리새인의 집에 예수가 들어갔을 때 죄를 지은 한 여자’(7:37)가 향유를 부었다고 말한다.

12:2절에 따르면 나사로 집에서 예수를 위한 잔치가 열린 것으로 보인다. 마르다는 일을 하고 마리아는 예수 앞에 앉아 있었다. 이런 장면은 눅 1:38-42절에서 더 자세하게 묘사된다. 요한복음과 누가복음이 직접 연결되지는 않지만, 전승(傳承)의 관점에서 볼 때 그 뿌리가 같다. 초기 기독교에는 예수에 관한 수많은 이야기가 구전으로 전해졌고, 복음서 기자들은 그걸 취사 선택하고 편집하는 방식으로 각자 고유한 예수 이야기를 만든 것이다. 복음서보다 훨씬 이른 시점에 기록된 바울 서신에 예수의 공생애 이야기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은 예수에게 일어난 소소한 사건보다는 그것이 가리키는 신앙적 의미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가룟 유다는 마리아의 행동을 보고 이렇게 비난한다. “이 향유를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지 아니하였느냐?”(5). 요한복음 기자는 유다가 가난한 사람들을 생각한 게 아니라 돈을 훔치려 했다고 비판한다. 어느 쪽이 사실인지 우리는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예수가 제자로 선택한 유다가 공동체의 돈에나 욕심을 내는 파렴치한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만은 분명할 것이다. 본문은 요한복음 기자의 관점이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면 된다.

요한복음 기자는 예수의 입을 통해서 마리아를 변호한다. 마리아의 행위는 예수의 장례를 기념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간직하게 하라.”라는 표현은 애매하게 들린다. 향유는 이미 땅에 쏟아졌으니 향유를 간직하라는 말은 아닐 것이다. 마리아의 행위에 담긴 예전적 의미를 교회가 간직하라는 의미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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