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어록(395) 19:26

여자여 보소서 아들이니이다.

 

빌라도는 예수에게 무죄 선고를 내리려고 했으나 유대인들의 협박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 속사정을 요 19:12절이 이렇게 전한다. “빌라도가 예수를 놓으려고 힘썼으나 유대인들이 소리 질러 이르되 이 사람을 놓으면 가이사의 충신이 아니니이다. 무릇 자기를 왕이라 하는 자는 가이사를 반역하는 것이니이다.” 결국 빌라도는 예수에게 십자가형을 선고한다. 공관복음서 기자들도 예수의 십자가 죽음에 대한 책임을 빌라도보다는 유대교 당국자에게 돌린다. 그런데 사도신경은 반대다. 유대교 당국을 대표하는 산헤드린 공회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고 빌라도만 언급한다.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아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어느 한쪽이 아니라 양쪽에게 모두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 한쪽에는 종교 기득권을 지키려는 유대교 당국이, 다른 쪽은 정치적 빌미를 주지 않으려는 로마 제국이 자리한다.

이후로 예수의 십자가 처형 집행은 급물살을 탄다. 그 과정에 대한 묘사가 지나칠 정도로 간략하다. 수사도 없고, 감정 표현도 없다. 분위기에 대한 묘사도 일절 나오지 않는다. “그들이 거기서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을새 다른 두 사람도 그와 함께 좌우편에 못 박으니 예수는 가운데 있더라.”(18). 이것으로 끝이다. 어떤 모양의 못인지, 예수가 비명을 질렀는지, 못 박는 이의 표정이 어떤지, 본문은 말이 없다.

십자가에 달린 예수 곁에는 몇 명의 여자와 평소 예수를 따르던 제자 한 사람이 있었다. 예수는 어머니인 마리아에게 이렇게 말한다. “여자여 보소서 아들이니이다.”(26). 여기서 여자여라는 표현은 낮춰 부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정중하게 부르는 호칭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자연스럽지는 않게 들린다. 우리가 다 알지 못하는 속사정이 있을 것이다. 어쨌든지 마리아는 예수가 죽기 전까지 가장 크게 마음의 짐으로 느낀 대상이 아니었을까, 짐작된다. 큰아들을 십자가 처형으로 잃는 한 여자의 운명은 실제로 십자가에 처형당한 아들보다 더 비극적이다. 그녀도 아무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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