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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物) 023- 목제 간판
저 목제 간판은 우리 집 이 층으로 올라가는 층계 벽에 걸려있다. 2003년 말인가 언제인가 정확한 일시는 기억나지 않는데, 영남신학대학 신학생이 손수 일주일간 작업한 저 간판을 가져왔다. 당시에 나는 그 학교에 시간강사로 일주일에 두세 과목을 감당했었다. 그는 대구성서아카데미 공부 모임에도 종종 참석하던 신학생이었다. 대구성서아카데미와 샘터교회가 모임 장소로 사용하던 하양의 천호 아파트 201호에서 3년, 다음 모임 장소로 사용하던 진량의 우림아파트 104동801호에서 2년 반 동안 현관문 옆 벽에 달려있었다. 대구샘터교회가 대구로 옮기면서 대구성서아카데미와 분리된 관계로 저 목제 간판은 있을 자리를 잃은 신세가 되었다. 저걸 제작한 신학생은 지금쯤 아마 40대 중반 목사가 되었을 것이다. 그의 아내도 목사다. 빈센트 반 고흐의 <한 켤레의 구두>라는 그림에서 보듯이 모든 물(物)에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깊이가 담겨있으니, 내가 저 간판을 어찌 소홀히 다룰 수 있으랴.
아, 목사님. 물(物) 연재 한 편 한 편을 늘 공감하며 보고 있는 데, 오늘 이야기는 너무 감동적이라 답글을 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기도 하구요. 목사님처럼 요즘 저의 최애(애愛) 물(物) 대상은 아마 빨래가 아닌 가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