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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物) 027- 가방
세월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를 가방이다. 주로 교회 갈 때 든다. 아담한 모양과 크기라서 성경과 찬송가와 수첩과 파일을 넣으면 꽉 찬다. 양쪽에 달린 보조 주머니에 승용차 스마트 열쇠와 스페어 마스크와 작은 디지털 녹음기를 넣는다. 내 손때가 묻은 저 가방을 들면 왠지 마음이 편하다. 오래된 친구와 차를 마실 때 느끼는 기분이 이럴 것이다. 저 가방을 만들기 위해서 사용된 (소?)가죽의 주인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고 보니 모든 존재하는 것들에게 늘 감사할 따름이다. 내가 불편하게 생각하는 대상을 포함해서 말이다. 지금도 저 가방은 바로 내 방 보조 서랍장 아래에 공손히 두 손 모은 채 기도하듯이 편안 마음으로 앉아 있다.
가죽은 낡아야 더 멋스럽지요.
요즘같이 낡은 것을 보기힘든 시대에
목사님의 손떄가 묻고 닳아진 가방이
훨씬 돋보입니다. 저도 같은 브랜드의 가방이 있는데
지금은 딸이 쓰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