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어록(207) 9:39

내가 심판하러 이 세상에 왔으니 보지 못하는 자들은 보게 하고 보는 자들은 맹인이 되게 하려 함이라.

 

제자들은 예수를 인자로 인식하고 믿었다. 인자 외에도 하나님의 아들이라거나 그리스도라는 표현도 있다. 인자는 묵시문학에서 온 개념으로, 세상 마지막 때 심판할 자를 가리킨다. 제자들은 무슨 근거로 예수를 마지막 때에 올 심판자라고 믿었나? 어떤 이들은 예수를 옥황상제 비슷한 존재로 여긴다. 예수를 믿는 자는 살기 쾌적한 천국으로 보내고, 믿지 않는 자는 유황불에 던진다는 식이다. 이런 묘사가 복음서에 나오긴 한다. 이런 묘사를 문자의 차원에서 사실로 간주하면 곤란하다. 생각해보라. 하나님은 만물의 창조주다. 창조주는 피조물을 책임질 수밖에 없다. 창조주가 피조물을 어떤 조건에 따라서 영원한 형벌에 처한다는 말은 창조주의 자기 부정이다. 그래서 신학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하나님이 지옥을 만드셨으나 궁극적으로는 지옥을 비우신다.

예수가 세상을 심판한다는 말은 예수를 통해서 생명을 얻었다는 사실에 대한 역설적 표현이다. 생명을 얻었다는 차원에서 보면 생명을 얻지 못한 상태는 그것 자체가 심판이다. 예를 들어서 여기 절정의 커피 맛을 내는 바리스타가 있다고 하자. 그는 자기만의 예술적인 기술로 남이 따라오지 못한 커피를 끓여낼 줄 안다. 다른 바리스타가 가져온 커피는 그에게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심판받은 것이다. 예수 제자들은 예수를 통해서 죄와 죽음으로부터 해방되는 경험을 했다. 영원한 생명을 얻었다. 그 생명을 얻지 못한 사람은 제자들의 눈에 심판을 받은 것이다.

생명을 얻은 자는 보는 자들이고, 심판받은 자는 못 보는 자들이다. 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예수가 보게 하고, 본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은 예수가 못 보게 한다. 못 보는 게 심판이다. 예수가 안식일에 시각장애인을 고쳤다고 해서 시비를 거는 바리새인들은 본다고 자부했으나 못 보게 된 사람들이고, 시각장애인이었던 이 사람은 보지 못하다가 보게 된 사람이다. 이를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은 예수를 생명 수여자로 경험하느냐, 하는 것이다. 우리는 과연 예수를 통해서 생명을 본 자들인가? 그래서 매 순간 우리 영혼이 기쁨과 안식으로 채워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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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9]최용우

2019.12.04 05:52:45

성경공부를 하다가 '인자'의 뜻을 '인자한 사람'이라고 이해하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예수님이 '인자한 성품의 사람'은 맞지만,

그러고 보면  '하나님의 아들'을 왜 '인자'로 번역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보지 못한다는 것은 '인자'를 '인자'로 보지못하는 그런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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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9.12.04 20:39:11

ㅎㅎ 그런 일도 있었군요.

어쨌든지 '인자'라는 번역이 영 마음이 안 듭니다. 

하나님의 아들(호 휘오스 투 데우)을 인자로 번역한 게 아니라 

사람의 아들(호 휘오스 안트로푸)을 인자로 번역한 겁니다.

제자들과 초기 기독교인들 중에 

예수를 '하나님의 아들' 전통에서 바라보는 이들이 있었고,

'사람의 아들' 전통에서 바라보는 이들이 있어서 

두 개념이 다 복음서에 들어온 겁니다. 

그렇게 추정됩니다. 

사람의 아들 개념은 묵시사상에서 온 것이라서 

바울 서신에는 잘 나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두 개념 모두 예수를 생명의 원천으로 이해했다는 점은 같습니다.

이런 건 신약 전공자들이 설명해줘야 하는데요.

대림절의 평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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