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움에 대해서

조회 수 3980 추천 수 2 2010.03.13 22:51:30

 

그대는 간혹 어지럽다고 느끼는 적이 없으시오? 빈혈이 있는 사람이나 갑자기 어려운 일을 당한 사람은 당연히 어지럼증을 느낄 거요. 건강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너무 심한 운동을 하고 난 후라든지 피치 못할 사정으로 몇 끼니를 굶었을 경우에 순간적으로라도 어지러움을 느낄 거요. 롤러코스터(궤도열차)를 타보셨소? 나는 그럴 기회가 없었소. 화면으로만 봐도 어지러울 것 같소.

그런데 말이오. 지금 우리가 얹혀살고 있는 지구가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지를 생각하면 어지럼증을 느끼지 않을 수 없소이다. 지구는 하루에 한번 자전을 한다잖소. 적도를 중심으로 계산하면 지구는 24시간 만에 4만 킬로미터를 움직이는 셈이오. 시속 1,667킬로미터의 속도요. 가장 빠른 기차인 KTX가 시속 3백 킬로미터인 것과 비교해 보시구려. 다섯 배 빠르오. 국제선 여객기는 시속 1천 킬로미터라오. 지구는 비행기보다 빨리 자전을 하고 있는 셈이오. 공전 속도는 아마 그것보다 10배는 더 빠르지 않겠소? 우리는 이런 지구라는 혹성을 타고 지금 롤러코스터 놀이를 하고 있는 중이라오. 그러니 우리가 어찌 어지럼증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소.

우리의 삶이 이와 비슷하다는 걸 그대도 알고 있을 거요. 그런데 눈앞에서는 그 속도를 느끼지 못한다오. 마치 우리가 비행기 안에서는 속도를 느끼지 못하는 것과 같소. 그러나 조금만 멀리 떨어지면 너무 빨라서 놀라지 않을 수 없소이다. 비행기 밖에서 보면 비행기가 얼마나 빠른지 알 수 있는 것과 같소. 대개의 사람들은 말로만 인생이 빠르다고 하지 실제로 느끼지는 않소. 또는 느끼기는 하지만 그런 경험을 삶과 일치시키지는 않소. 이것은 머리가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라오. 인격적이냐 아니냐와도 상관이 없소. 진리를 직면하는가, 아니면 외면하는가의 문제라오.

법정 스님의 다비식이 오늘 있었다 하오. 그대는 그 장면을 보셨소? 나는 못 봤소이다. 법정, 하면 <무소유>가 떠오르오. 그것이 출가하지 않고 재가 상태에서 실제 가능한지 아닌지는 여기서 말하지 맙시다. 우리의 인생이 한 순간이라는 사실을 직면한 사람에게는 무소유가 정답이라오. 그건 원하든지 않던 상관없이 사람은 모두 무소유로 돌아가고 만다오. 죽었을 때만이 아니라 사실은 살아있을 때도 우리의 소유는 근본적으로 없다고 봐야 할 거요.

그런데 사람들이 왜 그렇게 소유에 집착하는지, 궁금하오? 당신은 그런 무소유의 삶을 살고 있느냐고 묻고 싶소? 화살이 날아가는 것과 같이 한 순간의 짧은 삶이니, 더욱 소중하게 살아야 한다는 말로 끝냅시다. 삶 경험은 어지러움이오.(2010년 3월13일, 토요일, 맑음, 거실 가득 꽃이 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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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3]모래알

2010.03.14 02:10:04

목사님! 

 

이 곳은 오늘 하루 종일 바람이 많이 불고 봄비가 내린답니다.

우산을 쓰고 뒤뜰에 잠시 나가 서 있어 보았어요.  정말 어지러웠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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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43]웃겨

2010.03.14 03:05:52

예, 목사님, 삶은 어지러움이군요.

 황홀한 어지러움...!

어김없이 봄이 오고, 새 순이 돋고,

호숫가에 물오리가 헤엄치고..

봄을 한껏 들이마시고 왔습니다.

그런데,

 맑음, 거실가득 꽃이 핀 날....!

이런 부스러기 사족이 더 와 닿을 때가 있어요. 

화양 장이 선 날, 등등...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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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8]최성웅

2010.03.14 06:20:33

절벽에서 허공을 향해 발을 내밀 때, 그 때 발 디딜 곳이 주어진다면 누구라도 현기증 나지 않겠습니까.

그 길을 따라오라니요...


생각만으로도 손끝 발끝이 저려오네요. 몇 걸음이나 가볼지....

목사님 글도 따라가려니 현기증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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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4]이성희

2010.03.14 07:26:22

목사님!

무소유-참 좋은말인데 사람들은 관념에만 있고 실행은 못하고 있죠^^

 

좋은 자가용을 사서 타고 다니면 자기차라고 우리는 착각하고 사는데,더 엄밀히 보면 빌려 타고 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요.우리의 몸도 내껏이 아닌 시간과 공간안에서 하나님으로부터 빌렸다고 생각이 듭니다.

[레벨:2]푸른솔

2010.03.15 09:44:07

정목사님.

지구의 공전속도는 초속 16km(?)라고 하네요. 그러니까 거기에다가 60을 곱하면 분속, 또 60을 곱하면 시속.

그런다음 지구의 자전속도 시속 1600여 km를 나누어보니까   지구의 공전속도가 자전속도에 비해서

34배정도 빠르네요.

지구는 달을 데리고 하루에 한바퀴씩 트위스트를 하면서 1억5천만km 떨어진 태양의 둘레를 시속57,000km 이상의

속도로 달려가고 있다는 것이네요.

그런 엄청난 속도에도 대기권이라는 보호구와 지구의 중력이라는 안전밸트를 통해서 우리는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누가 이런 삶의 공간안에 살아가며 참다운 무소유와 참다운 소유를 할 수 있겠습니까.

 

하루 하루 예수와 같이 자유를 소유하며 살아가는 것이 이 세계안에 잠깐 왔다가 가는 나그네 됨을 인식하는 것...

싸움과 다툼도 지나보니 다 추억이 되며 애써 고집하던 지난 일들이 다 부질없이 허무하다는 생각.

 

약국에 가면 튜브에 들어있는 짜서 먹는 멀미약을 하나 먹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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