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살에다시읽는
요한계시록-191
11:16
하나님 앞에서 자기 보좌에 앉아있던 이십사 장로가 엎드려 얼굴을 땅에 대고 하나님께 경배하여
계 4:4절에 나온 이십사 장로들이 여기서 다시 등장합니다. 계 4장은 하나님의 영광을 문무백관이 늘어선 어전회의 풍경으로 묘사했습니다. 이십사 장로들은 흰옷을 입고 머리에 금관을 썼습니다. 장로들은 하나님이 앉으신 보좌를 둘러싼 또 다른 보좌에 앉았습니다. 이런 표현은 하나님의 영광을 높이려는 문학적 장치입니다. 요한은 일곱 봉인과 일곱 천사 이야기가 끝나가는 순간에 다시 하나님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여기서 연출한 겁니다.
이십사 장로들은 얼굴을 땅에 댔다고 합니다. 자신을 하나님께 완전히 복종시킨다는 뜻으로 엎드린 겁니다. 엎드림이 하나님 앞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태도입니다. 살아있는 동안 머리를 꼿꼿이 세우고 우쭐댈 수는 있으나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우리 모두 잠시가 아니라 영원히 엎드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로마 시대에 승전한 장군이 수많은 로마 시민들의 환호를 받으면서 승전 퍼레이드를 벌일 때 장군의 뒤를 따르면서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라고 외치는 사람을 두었다고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는 모든 시민의 환호를 받지만, 곧 죽을 존재라는 사실을 기억해야만 더는 교만해지지 않을 수 있을 테니까 말입니다.
결정적인 순간이 오기 전 살아있는 지금 일상에서 엎드려서 사는 연습이 필요하지 않을는지요. 그게 바로 ‘하나님께 경배’이겠지요. 기도이기도 하고, 예배이기고요. 절대적인 존재를 경험할 때만 사람은 ‘오체투지’ 할 수 있는데, 형식으로가 아니라 영혼의 깊이에서 우리가 언제 이런 경험을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