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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원당일기(315)- 복숭아 선물 file [2]

  • 2024-08-23
  • 조회 수 275

서재에 앉아 있다가 잠시 창문을 통해서 마당을 내다보니 원두막에 웬 비닐 보따리가 놓여 있었다. 누가 가져다 놓았는지 기척이 없어서 모르겠다. 아래 사진이다. 복숭아다. 우리 동네에 복숭아 농사를 짓는 가정이 둘이다. 그중에 한분이 슬쩍 가져다놓은 것 같다. 올 여름은 유독 더워서 복숭아 농사도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메모지라도 하나 넣어두었다면 나중에 인사라도 할 텐데, 직접 확인할 수도 없고, 난감하다. 언젠가 우연하게 만나면 그분이 먼저 말씀하지 않으시겠는가. 이런 일은 가끔 있다. 내가 먼저 베...

원당일기(314)- 잡초와 잔디 file [5]

  • 2024-08-22
  • 조회 수 311

잡초와 잔디를 구분할 줄 아는 도시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도 처음에는 그게 그거처럼 보였는데 이제는 한눈에 구분한다. 처음 몇년간은 잡초를 일일이 호미로 뽑아주었으나 이제는 포기했다. 잔디를 살리고 잡초만 제거하는 농약이 있으나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우리 동네 사람들은 마당을 세멘트로 덮든지 마사토에다가 잡초 제거 농력을 사용하기도 한다. 나는 예초기로 이따금 잔디와 잡초를 구분하지 않고 자르기만 한다. 잔디보다 잡초 성장 속도가 훨씬 빠르다. 다만 잔디는 뿌리가 서로 연결되어서 예초...

원당일기(313)- 고구마 농사 file [3]

  • 2024-08-21
  • 조회 수 260

며칠 전에 곡괭이를 들고 고구마를 캤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으나 혹시나 하고 곡괭이질을 했다. 세 포기를 드러난 결과가 아래다. 고구마 줄기는 제법인데 결실은 영 '아니올씨다.'였다. 워낙 밭이 나쁘니까 저 친구들도 어쩔 수 없었나 보다. 수고 많았다. 엄지 손가락 굵기 고구마가 단 2개였다. 마당 수돗가에서 깨끗이 씻어서 아내 보라고 식탁에 올려놓았다. 앞으로는 감자와 고구마 농사는 포기해야겠다.

원당일기(312)- 고추 농사 file [1]

  • 2024-08-20
  • 조회 수 203

지난 4월말인가 5월 초에 심은 아삭 고추 모종 4개와 김장 고추 모종 10개가 잘 자라는 거 같더니 장마철부터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고추 벌레로 몸살을 앓았다. 몇 마리가 눈에 뜨일 때 일일이 잡아주었어야 했는데 기회를 놓쳤다. 고추 병충해 방제는 꽃이 피기 전에 해줘야 한다는 걸 알고 있으나 우리 집에서는 농약 일체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기에 손으로 해결해야만 한다. 올해 기회를 놓친 다음에는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기다렸다. 너무 많은 벌레가 고추 줄기에 다닥다닥 붙어 있을 때는 호미로 털어주기만 했다. ...

원당일기(311)- 설교 복기

  • 2024-08-19
  • 조회 수 204

어제 주일 설교를 마치고 저녁때 집에서 설교 복기를 OBS Studio 앱으로 녹화했다. 매월 첫째 주일은 서울샘터 예배 후에 현장에서 설교 복기를 녹음하여 나중에 동영상 파일로 변환하고, 둘째 주일은 다샘교회에서 예배가 끝나고 점심 식사 후 현장에서 설교 복기를 녹화한다. 나머지 주일은 내 서재에서 녹화한다. 설교를 한 번 했으면 그것으로 끝이지 왜 복기까지 하느냐고, 그게 그렇게 재미있냐고 아내가 묻는다. 내 생각에 설교 행위는 바둑과 비슷하다. 바둑에서는 승부도 중요하지만 좋은 수를 찾아가는 ...

원당일기(310)- 벌레소리 [2]

  • 2024-08-16
  • 조회 수 253

오늘도 해가 떨어지자 어디선가 이름 모를 벌레가 운다. 어제도 울고 그제도 울었다. 우는 건지 임 그리는 노래인지는 모르겠으나 마당을 쩌렁쩌렁 채운다. 소리 나는 쪽으로 살짝 다가가자 잠시 멈추더니 이어서 소리를 낸다. 저 친구는 아마 밤을 저렇게 샐 것이다. 다행이다. 벌레 소리가 있기에 가을이 오지 않겠는가. 2024년 가을을 맞이할 생각에 가슴이 벅차다. 아직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니까.

원당일기(309)- 달무리 file [3]

  • 2024-08-15
  • 조회 수 305

시골에 사는 사람은 늘 자연과 함께, 자연과 더불어, 자연 안에서 산다. 자연이 그렇게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벌레를 질색하는 사람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살다 보면 벌레에 적응할 수도 있다. 그런 부분까지 포함해서 자연을 누릴 줄 알면 시골에서의 삶은 돈을 주고도 얻지 못하는 즐거움이 있다. 창문으로는 늘 나무와 풀밭과 하늘이 보이고, 현관문 밖으로 나오면 일상으로 흙과 디딤돌과 잔디를 밟는다. 높은 건물이 없기에 하늘은 저절로 눈에 들어온다. 나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밤에 종종 ...

원당일기(308)- 집안 청소 file [1]

  • 2024-08-14
  • 조회 수 219

아파트 생활과 달리 일반 주택 생활에서는 손쓸 일이 수없이 많다. 그중의 하나가 청소다. 청소도 집안만이 집밖도 포함된다. 아내도 그렇고 나도 게으른 편이라서 깨끗하게 치우지는 못한다. 집밖 일은 대부분 내가 맡고 집안 일은 아내가 주로 맡는다. 집안 일 중에서 내가 맡은 일은 진공 청소기 돌리기다. 일주일에 두번 돌린다. 어린아이들이 없으니까 그런 정도만 돌려도 어느 정도 청결은 유지된다. 한번에 대략 20분 정도 걸린다. 청소기 돌리는 가장 좋은 계절은 봄 가을이고, 두번째가 겨울이다. 여름에는 ...

원당일기(307)- 라이브 강의 [1]

  • 2024-08-13
  • 조회 수 217

매월 둘째 주일 지난 화요일 저녁 8시부터 9시까지 나는 “신학 공부”라는 제목으로 라이브 유튜브 방송을 보낸다. 오늘이 그날이었다. 이십여 호에 불과한 촌에 살면서도 온라인으로 이런 강의를 진행할 수 있다는 건 20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 작업에 필요한 장치는 일단 광케이블 인터넷 선, 유튜브, OBS Studio 애플, 컴퓨터와 마이크와 카메라, 그리고 컴퓨터 글씨가 가능한 기기(X-Pen) 등등이다. 이런 작업에 장단점이 있다. 다 아는 이야기지만, 장점은 공간의 제약이 없다는 사실이다...

원당일기(306)- 고령자 운전 [2]

  • 2024-08-12
  • 조회 수 294

고령자 운전을 제한해야 한다는 말이 종종 나온다. 고령자의 나이를 어떻게 계산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1953년 1월생인 나는 71세이니 어중간한 나이다. 언제부턴가 오전 시간보다 오후 시간이 운전하기 편하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오후가 되어야 몸 전체가 활력을 얻기 때문이리라. 오전에는 몸동작이 둔할 수밖에 없다. 모든 운동이든지 워밍업이 필요하지 않은가. 워밍업 없이 그대로 달려들다가는 높은 수준의 기량을 보이기 힘들 뿐만 아니라 자칫 몸을 다치기도 쉽다. 오전 운전에서 가장 큰 문제는 ...

원당일기(305)- 예수의 역사적 운명 file [4]

  • 2024-08-09
  • 조회 수 500

여기 다시 판넨베르크의 <신앙과 현실>(Glaube und Wirklichkeit) 105쪽에 나오는 한 문단을 소개한다. 이틀전에 소개한 '전적 타자'(하나님의 은폐성)와 연결되는 대목이다. 판넨베르크는 '부활 생명에 대한 표상'이 없다고 말한다. 당연한 말이다. 이는 곧 천국에 대한 표상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죽어서 가게 될 천국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만나고 늘 배불리 먹고 아프지 않는다는 표상은 정확한 게 아니다. 가장 행복한 조건 일체를 내려놓는 일이 우선 중요하다. 표상할 수 없다면 실체도 없는 거 아닌가, 하는 질문이...

원당일기(304)- 대파 file [1]

  • 2024-08-08
  • 조회 수 267

지난 4월말인가 5월초 각종 모종을 심을 때 대파 한묶음도 심었다. 대파는 작은 다발로 팔지 않고 큰 묶음으로 팔아서 어쩔 수 없이 여겨저기 분산해서 심었다. 그리고 골고루 분산하지 못하고 뭉태기로 심을 수밖에 없었다. 정성이 부족했다. 어쨌든지 심기만 하면 잘 자라지 않겠냐는 생각에서 그랬다. 무슨 문제인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으나 성장 속도가 너무 느렸다. 크게 자라지 못한 파를 필요한 만큼 뽑아다가 사용했다. 아내가 한꺼번에 뽑아달라고 하여 오늘 플라스틱 통에 키운 대파를 솎아내듯이 뽑아서 정리했다. ...

원당일기(303)- 전적 타자 file [2]

  • 2024-08-07
  • 조회 수 318

하나님을 믿거나 경험하거나 인식한다는 게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평생 하나님을 주제로 공부하고 설교한 신학자이자 목사인데도 나는 여전히 하나님에 관한 질문을 쉬지 않는다. 아니 쉬지 못한다. 그래서 책 읽고, 생각하고, 글 쓰고, 설교하면서 배우는 중이다. 요즘 읽는 책 중의 하나는 판넨베르크의 <신앙과 현실>(박영식 역)이다. 92쪽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하나님은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과는 전적으로 다르다.'라는 말은 하나님을 하나도 모른다는 말이 아니라 일부만 안다는 뜻이다. 죽어야만 하나...

원당일기(302)- 사과나무 file [4]

  • 2024-08-06
  • 조회 수 313

작년까지는 과일나무가 몇 그루 우리집 마당에서 자라고 있었다. 매실, 왕자두, 복숭아, 사과, 꽃사과, 모과 등등 몇 가지 종류가 된다. 살충제 치지 않고 버티다 버티다 더는 못 버티고 모든 과일나무를 베어버렸다. 꽃은 볼 수 있으나 여름 내도록 진딧물과 개미의 등쌀에 제대로 된 수확을 손에 넣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과나무 한 그루만 남겼다. 거기서는 그런대로 사과를 건질 수 있었다. 벌레 먹은 상처 투성이였으나 그래도 사과 고유한 맛은 냈다. 올해 우리집 마당에 진딧물이 거의 사라졌다. 단풍나무에도 진딧...

원당일기(301)- 손님 file [3]

  • 2024-08-05
  • 조회 수 315

오늘 소나기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긴 했는데, 이곳은 한방울도 내리지 않았다. 다른 지역에는 소나기가 내린 것 같다. 그 여파로 저녁 시간에 기온에 약간 내렸다. 오늘 귀한 손님이 찾아왔다. 일전에 약속은 있었다. 논산 채운교회 담임 목사인 신완식 목사와 서울신대 교수 이길용 박사다. 다비안 중에서도 아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우리 셋의 공통점은 서울신대 동문이고 군목 출신이라는 점이다. 두 사람은 신학대학 동기이고, 군목 같은 기수다. 내가 10년 선배다. 더운 날인데도 불구하고 선배 얼굴 한번 보겠다...

원당일기(300)- 우편함 file [4]

  • 2024-08-02
  • 조회 수 342

원당으로 이사온지 벌씨 11년째인데 이제야 우편함을 달았다. 집배원들의 마음을 미리 헤아렸어야 했는데, 너무 늦었다. 옛날에는 모두 손편지를 써서 우편으로 보냈다. 연인들은 편지 올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이제 카톡으로 즉시 연락을 주고 받는 시대가 되어서 이전의 낭만이 깡그리 사라진 셈이다. 이게 잘 된 일인지, 불행인지 모르겠다. 아내와 주고받은 편지는 꽤나 된다. 결혼하기 전부터 한 사람은 대구에 살고 한 사람은 서울에 살아서 아주 급하게 연락할 일이 아니면 대개 손편지를 보냈다. 내가 군목으...

원당일기(299)- 참외 농사 file [4]

  • 2024-08-01
  • 조회 수 317

지난 4월 말인가, 5월 초에 텃밭에 몇몇 작물의 모종을 심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심은 작물의 하나가 참외다. 두 개를 심었다. 참외 덩굴이 호박 덩굴의 틈바구니에서도 잘 자랐다. 호박 덩굴이 너무 극성스러워서 참외는 거의 보이지 않았는데, 두 주일 전에 호박 덩굴을 정리하다보니 참외가 눈에 들어와서 호박 덩굴을 걷어냈더니 살판이 났는지 참외 갯수가 늘어났다. 일주일 전에 두 개를 땄다. 오이보다는 맛이 나았으나 참외 고유의 당도는 전혀 아니었다. 그래도 아삭하게 씹히는 느낌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

원당일기(298)- 반짇고리 file [6]

  • 2024-07-31
  • 조회 수 388

내 서재 겸 침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오른편으로 딱 한 평짜리 옷방이 있다. 문은 미닫이다. 작은 옷장 하나와 더 작은 수납장 두 개가 있고 기억 자로 듬직한 책장이 하나 놓여있다. 옷장에는 개량 한복이 걸려 있고, 작은 수납장에는 계절별 테니스복과 양말 등이 있다. 책장에는 책만이 아니라 소소한 물품도 놓여 있다. 그중의 하나가 아래 사진으로 브듯이 원형 반짇고리다. 바늘과 실이 필요할 때마다 아내에게 부탁하다가 귀찮아서 아예 반짇고리를 들여다 놓았다. 반짇고리 안에 들어 있는 소품들을 펼쳤...

원당일기(297)- 방콕 [6]

  • 2024-07-30
  • 조회 수 449

많은 이들이 국내외로 피서 여행을 떠났다. 위도 33-43 사이에 있는 한반도보다 더 위에 속한 나라들, 예를 들어서 폴란드, 덴마크, 노르웨이로 가면 모를까, 어디 간들 무더위를 피할 수 있겠나. 일본도 무더위가 심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여행객들이 북해도 홋카이도를 선호한다는 말이 있다. 겨울철에 홋카이도를 가면 눈 구경을 실컷 할 수 있다. 아내와 나는 ‘집 떠나면 고생이다.’를 실천하려고 이번 여름에 ‘방콕’이다. 불교 승려들은 음력 4월 보름부터 7월 보름까지 석 달간 돌아다니지 않고 한곳에 머...

원당일기(296)- 꿈 이야기 [4]

  • 2024-07-29
  • 조회 수 323

오늘 아침에 눈을 뜨니 어젯밤 꿈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초대받아서 어느 집에 갔다. 중년이었을 내 나이 또래의 어떤 남자다. 직업과 얼굴은 정확하지 않다. 집이 일반 주택으로 아주 넓고 현대식으로 럭셔리했다. 나를 음악실로 데리고 갔다. 옛날 LP 판이 한쪽 구석에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그중에서 한 장을 꺼내서 틀어주던데, 무슨 곡인지는 선명하지가 않았다. 요즘은 대게 CD로 듣는데 어떻게 엘피냐, 하고 내가 묻자 그가 씨디는 음악 감상에서 엘피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몇 가지 근거를 댔다.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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