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뚜기, 4월7일

조회 수 2379 추천 수 20 2006.04.07 23:27:43
2006년 4월7일

요한은 낙타털 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 띠를 띠고 메뚜기와 석청을 먹더라. (막 1:6)

메뚜기

요한의 먹을거리는 메뚜기와 석청이었습니다. 낙타털 옷을 입은 세례 요한이 메뚜기와 석청을 먹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십시오. 그 당시에 메뚜기는 서민들이 먹을 수 있는 일반적인 먹을거리였는지 모릅니다. 간혹 아프리카나 중국, 또는 호주 같은 지역에 메뚜기 떼가 출몰해서 피해가 심각하다는 소식을 듣습니다만 고대에서 메뚜기는 서민들이 값싸게 단백질을 얻을 수 있는 먹을거리였을 겁니다.
우리도 먹을거리가 궁했던 어린 시절에는 메뚜기를 많이 잡아먹었지요. 벼가 익을 때쯤이면 메뚜기 떼가 논에 가득합니다. 우리는 논둑을 따라 가면서 닥치는 대로 잡았습니다. 어떻게 잡느냐구요? 벼에 앉아있는 놈들을 그냥 손으로 잡습니다. 운동신경이 발달한 아이들은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죠. 잡은 메뚜기를 병에 담는 아이들도 있지만, 대개는 철사처럼 생긴 빳빳한 풀로 그놈들의 목 부분을 뚫어서 길게 늘어뜨려서 옆구리에 차고 다닙니다. 그 모습은 참새 잡이 사냥꾼과 비슷합니다. 우리는 적당한 장소에 가서 그놈들을 불에 구워먹었습니다. 맛이요? 먹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설명해도 소용없습니다. 생각해보세요. 그 당시에 우리는 늘 배가 고팠기 때문에 무엇이나 먹었습니다. 옥수수 대, 포도나무 잎 같은 것도 먹었어요. 반나절을 정신없이 뛰어다닌 우리 10대 초반의 아이들에게 모닥불에 구운 메뚜기 맛이 어땠을는지 상상해보세요.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세례 요한이 메뚜기를 먹었다는 건 어쩐지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습니다. 학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요한이 먹은 건 메뚜기가 아니라 그런 이름이 붙은 콩 종류라고 합니다. 석청도 역시 실제 꿀이 아니라 나무즙일지 모른다고 합니다. 어쨌든지 요한이 메뚜기와 석청을 먹었다는 보도에서 중요한 것은 그가 최소한의 먹을거리로 삶을 영위했다는 사실이겠지요.
사람이 무얼 먹느냐, 하는 문제는 단지 우리의 생물학적인 차원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차원에서도 중요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대로 유대인들 먹을 수 있는 음식과 그렇지 못한 음식을 철저하게 구분했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구별한 이유는 그것이 바로 그의 생존을 지켜주는 최소한의 조치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그들의 생활태도를 오늘의 시각으로 우습게 여기지 말아야 합니다. 그들은 그런 방식으로 생존의 위기 가운데서 하나님이 지키신다는 사실을 경험했습니다.
오늘 육식 중심의 먹을거리 문화는 여러 가지 면에서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육식 중심의 식단이 현대인들의 건강을 크게 위협한다는 사실은 일단 접어두고, 그것으로 인해서 가난한 나라 사람들의 생존이 위협 당한다는 사실만이라도 한번 짚어야 하겠지요. 예컨대 육우를 키우기 위한 사료를 사람의 먹을거리로 돌린다면 인류의 굶주림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합니다. 인간 생존보다 더 본질적인 윤리는 없다는 점에서 오늘 잘사는 기독교 국가들은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 운운하기 전에 못사는 나라의 먹을거리를 우선적으로 챙겨야합니다.
예수님의 기도에도 ‘일용할 양식’은 중요한 제목입니다. 이 말은 곧 자기의 양식만이 아니라 이웃의 양식도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예수님은 ‘나의’ 일용할 양식이 아니라 ‘우리의’ 일용한 약식을 위해서 기도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남한의 일용할 양식이 아니라 북한까지 포함한 우리 모두의 일용할 양식이 필요하다는 것이겠지요. ‘주기도’는 우리가 자신의 먹을거리를 조금씩 줄여야 한다는 구체적인 실천을 요구합니다. 파이를 독점하는 사람이 있는 한 일용할 양식을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길 수밖에 없으니까요.

주님, 오늘 생존에 필요한 먹을거리를 서로 나눌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저희에게 주십시오. 이를 위해서 탐식(貪食)에서 벗어나게 해 주십시오. 아멘.

[레벨:15]namoo

2006.04.10 14:38:16

우리가 육류 1인분을 얻기 위해서 소에겐 곡물 22인분을 먹여야하고,
그래서 곡물 총생산량의 3분의 1을 소비하는게 '소'라는군요.
그 소란것도 결국은 사람의 입맛을 위한것이구요.
(그 수치에 놀라서 아들애에게 말하다보니 아들은 그거 중1교과서에서 다 배운 내용이라네요.)

왜 예수님이 '일용할'만큼만 기도하라셨는지를 알것도 같습니다.

나이가 들면 점점 나물찬을 좋아하게 된다는게 다행한 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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