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0일- 집에 계신 예수

조회 수 2761 추천 수 38 2006.07.20 23:26:00
2006년 7월20일 집에 계신 예수

수 일 후에 예수께서 다시 가버나움에 들어가시니 집에 계시다는 소문이 들린지라. (막 2:1)

예수님이 ‘다시’ 가버나움으로 들어가셨다는 표현은 예수님의 가버나움 출입이 비교적 잦았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것 같습니다. 예수님께서 머문 집이 시몬과 안드레의 집(막 1:29)이었는지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한 사람의 집일 수도 있습니다. 복음서에는 그런 익명의 사람들이 제법 나옵니다.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때 나귀를 제공한 주인도 그중의 한 사람입니다. 복음서 기자들은 예수님이 그리스도라는 사실에 대한 신앙고백을 진술하는 중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밝힐 필요가 없었던 것이지요. 어쨌든지 예수님은 유대 지역으로 가실 때 베다니의 나사로, 마리아, 마르다 남매 집에 머무셨듯이, 갈릴리 지역에서는 가버나움의 어떤 사람의 집에 머무신 것만은 분명합니다.
예수님이 “집에 계시다.”는 마가복음 기자의 표현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 같지만 약간만 우리의 생각을 돌리면 아주 중요한 신학적 의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표현은 곧 그가 우리와 똑같은 방식으로 이 세상을 거처로 삼았다는 뜻입니다. 예수님은 공중을 날아다니거나 축지법을 사용하는 등 신출귀몰하는 분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 안에서 우리처럼 거처할 곳이 필요한 분이었습니다. 이것은 곧 예수의 인성에 대한 확인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집에서 살아야 했을 뿐만 아니라, 먹고 마셔야 했으며, 배설해야만 했습니다. 화장실에 앉아 계신 예수님을 생각한다는 게 불경스러운 일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렇게까지 예수님의 인간성을 철저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우리는 예수님을 오해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다보면 인간성을 간과하거나 약화시킬 수도 있지만 그건 바람직한 태도가 아닙니다.  
초기 그리스도교 역사에서 예수님의 인성을 부정하고 신성만을 극대화하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영지주의가 바로 그런 시도입니다. 그들은 육체로 사셨던 예수님은 실제가 아니라 그림자일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소위 가현설(docetism)입니다. 예수님의 신성을 강조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이런 논리에 빠지게 된 것입니다. 이들은 교부들에 의해서 이단으로 정죄되었습니다. 물론 이와 정반대의 이단도 출몰했습니다. 소위 에비온주의입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인간성만을 강조하다가 결국은 신성을 몽땅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의 중심인 기독론의 질문, 즉 “예수 그리스도는 누구인가?”하는 질문에서 인성과 신성의 문제는 고대 교회에서 종료된 것이 아니라 현재도 여전히 계속됩니다. 특히 한국교회는 인간 예수를 거의 무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영지주의적 요소가 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다음과 같은 반론이 가능하겠군요. 공생애 중의 예수님은 비록 인간성을 그대로 갖고 계셨지만 부활 이후에는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셨으니까 더 이상 인간성에 대한 논란은 무의미하다고 말입니다. 옳은 지적입니다. 예수님은 이제 변화된 몸이 되었습니다. 종말에 우리에게 생명의 리얼리티로 나타나게 될 부활의 실체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부활로 변화된 예수님을 믿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공생애에 있었던 인간의 삶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며, 부정될 수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공생애와 부활 사이에는 질적인 변화가 일어났지만, 동시에 연속성도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와 똑같은 방식으로 살았던 공생애 없이는 부활의 주님도 말할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이런 점에서 지금 우리의 구체적인 삶은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의 먹고 마시는 삶에 예수님의 부활이 신비한 방식으로 함께 하십니다. 그런 신앙적 깊이를 이해하고, 그렇게 살아가려는 삶의 태도가 곧 그리스도교의 영성입니다.

주님, 지금 여기 구체적인 삶에서 주님과 함께 하기를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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