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1일- “나를 따라오라!” (2)

조회 수 3867 추천 수 35 2006.05.21 23:02:19
2006년 5월21일 “나를 따라오라!” (2)

예수께서 이르시되 나를 따라오라. 내가 너희로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 하시니 (막 1:17)

“나를 따라오라!”는 문장을 구성하고 있는 두 번째 단어는 “따라오라”입니다. 예수님은 “네 속의 부처를 찾으라!”라거나 “네 내면의 평화를 확보하라!”고, 또는 “네 사랑의 능력을 키워라!”가 아니라 아주 명백하게 나를 “따라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바로 여기에 그리스도교 신앙의 두 번째 핵심이 들어 있습니다.
예수님을 따른다는 게 구체적으로 무슨 의미일까요? 어제의 말씀묵상에서도 한번 짚었지만 사람들은 그리스도교의 특징을 너무 종교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죽음의 두려움이나 고통스러운 삶에서의 회복이나 심리적인 위로를 얻기 위해서 교회에 나간다는 분들도 많습니다. 심지어는 담배와 도박을 끊기 위해서, 또는 착하게 살기 위해서 교회에 나간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런 요소들은 그리스도교의 본질이 아닙니다. 그리스도교의 중심은 우리가 얻게 될 막연하거나 실제적인 즐거움과 행복, 또는 모범적인 삶이 아니라 역사적 한 인물인 예수님을 “따르는” 것에 놓여 있다는 말씀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아무래도 본훼퍼의 설명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겠군요. 그는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구체적으로 “그리스도를 뒤따름”(Nachfolge Christi)이라고 정의한 적이 있습니다. 이건 단순히 예수 그리스도의 생각을 받아들이거나 그와 종교적 담론을 펼치거나 그를 통해서 하나님의 신비한 세계를 배우겠다는 정도에 머무는 게 아니라 그의 삶을 구체적으로 따라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틴 루터의 다음과 같은 말도 이와 같은 의미입니다. “만약 예수가 지옥에 있다면 나는 지옥을 택하겠다.”
약간의 생각이 있는 그리스도인들이라면 아마 위의 설명을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러나 무엇이 실제로 그리스도를 뒤따르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별로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타자를 위한 존재”가 되는 것인지, “새로운 존재”가 되는 것인지, 민족복음화와 세계선교를 위해 발 벗고 나서는 것인지, 별로 명확하게 손에 잡히는 게 없습니다. 대개의 사람들은 교회생활을 열심히 하고 세상에서 그리스인답게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겠지요. 옳습니다. 그렇게 사는 게 일차적으로 그리스도를 뒤따르는 삶임에 틀림없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그리스도교 교회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공동체로서 빛을 발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를 뒤따른다는 말의 가장 근본적인 의미는 우리의 뒤따름이 부분적인 게 아니라 총체적이라는 사실입니다. 우리의 전존재가 예수 그리스도에게 쏠린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우리의 생각, 우리의 가치관, 우리의 결단, 궁극적으로 우리의 운명은 첫사랑에 빠져서 24시간 오직 한 사람만을 생각하는 사람처럼 예수 그리스도에게만 집중되어야 합니다. 그런 이들이 곧 예수 그리스도를 뒤따르는 제자들입니다. 이 말을 오해하지 마십시오. 예수님을 따르는 일 이외의 것에는 소홀해도 되는가, 하고 말입니다. 직장생활, 취미생활도 일체 접어두어야 한다는 말인가, 하고 말입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런 삶도 역시 소중한 삶의 형식들입니다. 다만 그 삶의 내용이 그리스도로 전폭적으로 채워져야 하겠지요.
삼위일체론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예수 그리스도를 따른다는 말은 우리가 성령에 의존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 성령은 곧 생명의 힘입니다. 따라서 성령에 의존한다는 것은 우리가 이 땅에서 생명 지향적으로 산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제 우리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전폭적으로 따른다는 이 말의 의미가 훨씬 풍부하게 다가온 것 같습니다. 우리의 삶을 온전히 생명 지향적으로 꾸려가는 것입니다. 밥을 먹을 때, 길을 갈 때, 친구와 대화할 때, 배우고 가르칠 때 생명지향적인 삶이 가능합니다. 그런 생명지향성과 예수 사건이 우리의 삶에서 온전히 일치하는 것이 우리가 전폭적으로 예수님을 따르는 삶입니다.

주님, 나의 온 영혼이 당신에게만 귀 기울이기 원합니다. 아멘!

[레벨:18]은나라

2016.07.20 13:59:14

목사님!

우리의 전 삶을 성령에 의존해서 사는 삶이..

생명 지향적 삶이고..예수를 따르는 삶이라는 건가요?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16.07.20 22:13:31

예, 그렇습니다.

성령에 의존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면

신학공부가 필요하겠지요. ㅎㅎ

자칫 악령을 성령으로 오해할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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