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0일- 사죄와 치유

조회 수 2339 추천 수 24 2006.08.10 23:23:39
2006년 8월10일 사죄와 치유

중풍병자에게 네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 하는 말과 일어나 네 상을 가지고 걸어가라 하는 말 중에서 어느 것이 쉽겠느냐. (막 2:9)

오늘 본문 말씀은 얼핏 중풍병자 전승의 전체 구조로 볼 때 있으나 없으나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족처럼 보입니다. 8절은 예수님이 서기관들의 속마음을 아셨다는 내용입니다. 10절은 예수님의 사죄 능력에 대한 진술이고, 11절은 “네 상을 가지고 집으로 가라.”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런데 왜 굳이 “... 하는 말 중에서 어느 것이 쉽겠느냐?”는 9절 말씀이 이 자리에 끼어들게 되었을까요?
이 문장을 다시 생각해봅시다. “네 죄 사함을 받았으니라.”는 말과  “네 상을 가지고 걸어가라.”는 말 중에서 어느 것이 쉬울까요? 공교롭게도 글자 수로만 볼 때 10개씩 똑같네요. 제가 사용하고 있는 성경으로 그렇습니다. 여기서는 글자 수가 아니라 내용이 중요하겠지요. 다시 묻습니다. 사죄 선포와 걸어가라는 명령 중에서 어떤 것이 더 쉬울까요? 양쪽 모두 비슷한 무게를 담고 있기 때문에 어떤 것이 더 쉽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사죄 선포는 종교적으로 위험한 행동이지만 걸어가라는 명령은 그것을 피할 수 있을 뿐입니다.
이렇게 설명하다보니까 본문의 의미가 조금 더 밝아지는 것 같습니다. 무엇이 더 쉽습니까? 당연히 사죄 선포가 쉽습니다. 아니 쉽다기보다는 더 본질적인 일입니다. 그것이 바로 중풍병자 치유사건의 핵심이었기 때문에 예수님은 사죄를 선포한 것입니다. 사죄는 곧 치유의 본질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서기관들의 눈에 예수님의 치유행위는 그런대로 용납할 수 있었지만 사죄행위는 신성모독으로 보였습니다. 그들은 사죄와 치유의 내적 연관성을 간과했다는 말이겠지요.
초기 그리스도교는 예수님을 통해서 자신들의 죄가 용서받았다고 믿었습니다. 그리스도교에 입교하는 의식이 세례라는 사실은 바로 이것을 의미합니다. 물속에 들어간다는 것은 죄인인 자신이 죽는다는 의미이며, 다시 나온다는 것은 새로운 생명으로 부활한다는 의미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은 우리는 예수님의 십자가로 용서받았으며, 그의 부활로 새로운 생명을 받아 궁극적인 치유를 받은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세례를 받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죄의 지배를 받으며, 치유 받았다고 하지만 여전히 온갖 상처를 안고 살아갑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이 오늘 우리의 현실에서 별로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당혹스러워합니다. 그래서 그리스도교 신앙의 본질을 놓치고 주변을 기웃거립니다. 아주 강력한 휴머니즘에 사로잡히거나, 또는 타종교와의 혼합적인 영성을 추구한다거나, 또는 그리스도교적인 열광주의에 사로잡힙니다. 이런 입장들은 모두 그리스도교 신앙의 깊이와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나오는, 일종의 외도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이 역사적 예수에게 행하신 인류 구원 사건에 희망을 거는 사람들입니다. 죽은 자로부터의 부활이라는, 유일회적인 생명 사건이 하나님에 의해서 예수님에게 일어났다는 사실에 우리의 운명을 맡긴다는 말씀입니다. 물론 우리가 직면하는 이 세상에는 이런 그리스도교 교리로 해명할 수 없는, 약간 까다로운 문제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문제들도 종말에는 “얼굴과 얼굴을 맞대어 보듯이” 확연하게 드러날 것으로 믿습니다. 이건 결코 어리석은 삶의 태도가 아닙니다. 이 세상이 기본적으로 잠정적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스도교의 이런 신앙을 무시하지 않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의 죄를 용서하셨으며, 그런 사죄로 인해 우리가 치유되었고, 종말론적으로 새로운 생명에 들어갔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런 희망으로 오늘의 삶을 견딜 뿐만 아니라 기쁨으로 노래합니다.

주님, 당신이 바로 사죄와 치유의 주인이심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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