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1일- 인자 (1)

조회 수 2817 추천 수 38 2006.08.11 23:23:30
2006년 8월11일 인자 (1)

그러나 인자가 땅에서 죄를 사하는 권세가 있는 줄을 너희로 알게 하려 하노라 하시고 중풍병자에게 말씀하시되 (막 2:10)

복음서 기자는 예수님의 말씀을 이렇게 전합니다. “인자가 땅에서 죄를 사하는 권세가 있는 줄을 너희로 알게 하려 하노라.” 이 한 문장을 충분히 주석하려면 한 권의 책으로도 부족할 것 같습니다. 이 문장은 기본적으로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고백하고 있는 그리스도론의 요체입니다. 그들은 왜 인간에게 사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걸까요? 도대체 사죄와 구원이 무슨 관련이 있다는 말인가요? 그들은 어떤 근거에서 예수님이 인간의 죄를 용서하실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요?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흘리신 보혈이 왜 인간의 죄를 용서한다는 말일까요? 오늘 본문에서 그 예수는 ‘인자’로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구약의 묵시사상이 말하고 있는 그 인자와 역사적 예수가 어떻게 동일인물이라는 걸까요? 여기서 우리는 더 긴 질문이 필요합니다. 예수님이 스스로 인자라고 생각한 건지, 아니면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해석인지 우리는 여러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 이런 질문들을 염두에 두고 오늘은 ‘인자’라는 용어에 한정해서 이 본문을 따라가도록 하겠습니다.
“사람의 아들”이라는 뜻의 인자(人子)는 헬라어 성경 “호 휘오스 투 안트로푸”의 번역입니다. 막 1:1절에서 복음서 기자가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묘사한 걸 감안한다면 “사람의 아들”이라는 표현은 예상 밖입니다. 하나님의 아들이 사람의 죄를 용서한다는 건 말이 되지만 사람의 아들이 사람의 죄를 용서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걸 일단 다음과 같이 생각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일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사람이 죄를 지었을 때 무조건 하나님에게만 매달리지 말고 사람에게 용서를 구하고 용서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말입니다. 예수님이 가르쳐주신 기도에도 역시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처럼 우리의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사죄가 하나님의 용무지만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사람들 사이의 구체적인 사죄가 필요한지 모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과의 관계에 집중하다가 결국 인간과의 관계를 소홀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든 문제를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풀어가려는 태도는 일단 옳습니다. 사람들에게 크게 기대하지도 말고, 크게 실망하지도 않으려면 하나님에게만 삶의 토대를 놓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신앙적 태도가 자칫하면 세상에서의 무책임에 대한 도피수단으로 이용된다는 점에서 조심해야 합니다. 예컨대 어떤 사람에게 큰 피해를 끼친 사람이 그 사람에게 용서를 구하지 않고 하나님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생각한다는 말씀입니다. 남에게 도움을 받았으면서도 그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고맙다는 말도 하지 않고, 그런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대신 하나님이 도우셨다고 생각하는 그리스도인들이 많습니다. “형제를 통해서 하나님이 저에게 은혜를 베푸셨습니다.” 아주 얄미운 사람들입니다. 이런 그리스도인들을 세상 사람들이 신뢰할 수 있을까요?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용서가 빈곤해지고 있습니다. 각자들은 자신들이 신봉하는 종교 안에서 용서와 자비를 주창하면서도 다른 이들을 향해서는 아주 인색합니다. 청교도 후예로서 예수님의 십자가로 용서 받았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미국 사람들이 왜 자신들과 생각을 달리 하는 사람들을 향해서는 용서할 생각을 하지 않을까요? 이라크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원한을 그들은 어떻게 감당하려는 걸까요? 나치의 증오심에 의해서 6백만 명이나 희생당한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증오의 칼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사람을 용서하지 못하는 동물인가요? 그래서 우리 모두는 예수 그리스도의 용서에만 의지해서 살아가야 한다는 말인가요?

주님, 사람을 구체적으로 용서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 원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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