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4일- 권세(1)

조회 수 2310 추천 수 33 2006.08.15 01:31:20
2006년 8월14일 권세(1)

그러나 인자가 땅에서 죄를 사하는 권세가 있는 줄을 너희로 알게 하려 하노라 하시고 중풍병자에게 말씀하시되 (막 2:10)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에 의해서 인자로 일컬어진 예수 그리스도에게 사죄의 권세가 있다는 사실은 그리스도론의 핵심 중의 하나입니다. 오늘 본문에 따르면 이에 대한 증거는 중풍병자 치유입니다. 그러나 카리스마가 강한 구약의 예언자들에게서 볼 수 있듯이 고대인들은 위대한 스승들에게서 이런 기적적인 사건들을 자주 경험했기 때문에 이 사건이 예수님의 사죄 권위를 무조건 담보하는 증거라고 단정하기는 약간 곤란합니다. 우리는 성서에서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이런 실증적인 증거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예수님의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부활도 어떤 보편적인 증거가 아니라 그를 따르는 사람들에게만 나타난 어떤 현상에 대한 증언입니다. 전반적으로 볼 때 결국 성서는 어떤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한다기보다는 예수님을 인자로, 그리스도로 고백한 사람들의 신앙체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교는 어떤 보편적인 진리가 아니라 단순히 예수님을 따르던 사람들의 주관적 종교체험에 불과한 게 아닌가 하는 질문이 가능합니다. 흡사 요즘의 통일교 신자들이 문선명 씨에게서 경험하는 그런 것 말입니다. 그들은 문 교주를 그렇게 절대적인 인물로, 재림주로 경험합니다. 우리가 볼 때 우스꽝스러울지 모르지만 그들에게는 매우 진지한 경험입니다. 이런 점에서 볼 대 그리스도교의 예수 경험도 이런 주관성에 빠진 게 아닐까 하는 반성은 필요합니다. 그렇습니다. 초기 그리스도교만이 아니라 지난 2천년 그리스도교 역사에 나타난 교회는 이런 오해를 적지 않게 했습니다. 자신들의 특수하고 주관적인 체험을 진리의 절대적인 준거로 삼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일종의 패권으로 작동했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은 그런 염려를 접어놓아도 좋습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교는 자신들의 경험을 폐쇄적으로가 아니라 개방적으로 변증했기 때문입니다. 교회 내부에서만 통용되는 방언이 아니라 교회 밖의 세계에서도 인식이 가능한 보편언어로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을 설명하려는 노력이 지난 2천년 그리스도교 역사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리스도교의 역사를, 특히 콘스탄티누스 대제 이후로 로마의 체제와 쌍벽을 이루는 역사를 부정하거나 매도하지만 그건 그 역사의 실체를 잘 모르는 어리석음입니다. 7세기로부터 15세기까지에 이르는 중세기를 암흑의 시대라고 말하는 것도 틀렸습니다. 그들의 시대로 우리가 돌아간다면 그들에게서 진리를 향한 놀라운 열정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종교는 어쩔 수 없이 특수한 경험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리스도교는 나사렛 예수라는 한 인물로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다는 말씀입니다.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그를 통해서, 그에게 나타난 하나님의 통치를 통해서 참된 구원의 리얼리티를 경험했습니다. 그런 경험들이 창조, 교회, 종말, 삼위일체 같은 그리스도교 전체 교리의 토대로 작용했습니다. 이런 구체적인 경험들이 독단적으로 그 안에만 머문다면 일종의 원리주의가 되고 말겠지만, 보편적인 진리의 차원에서 새롭게 해석된다면 인간 구원의 종교로서 분명한 자리를 확보할 수 있을 겁니다.
오늘 본문이 기록하고 있는 ‘권세’도 역시 그렇습니다. 인자이신 예수님에게 사죄의 권세가 있다는 주장은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독특하고 구체적인 신앙체험입니다. 그런 일들이 2천 년 전에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그런 경험은 폐쇄된 원리로 남을 수 없고 종말론적 진리의 차원으로 열려야 합니다. 오늘의 신학이 감당해야 할 몫이 바로 그것이겠지요. 그리고 오늘의 그리스도인들도 그런 일을 감당해야 합니다. 도대체 예수님에게 주어진 사죄의 ‘권세’라는 게 무엇입니까? 왜 그에게 그런 권세가 있다는 겁니까? 이 질문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처한 삶의 자리에서 책임 있는 대답을 찾아야 합니다.

주님, 오늘 당신의 권위는 우리에게 어떻게 드러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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