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6일- 예수의 명령 (1)

조회 수 2927 추천 수 28 2006.08.16 23:21:22
2006년 8월16일 예수의 명령 (1)

내가 네게 이르노니 일어나 네 상을 가지고 집으로 가라 하시니 (막 2:11)

이제 시나브로 중풍병자 이야기가 마지막 순간을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사죄, 신성모독, 치유와 연관된 논란이 끝나고 예수님에게 사죄의 권세가 있다는 사실의 증명만 남은 셈입니다. 예수님은 중풍병자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일어나, 네 상을 가지고, 집으로 가라.” 이 말씀은 좀 의외입니다. “네 병이 다 나았다.” 하고 말씀하실 거로 예상했는데 말입니다. 고대인들은 병의 치유를 직접적으로가 아니라 이렇게 간접적으로 표현한 걸까요? 이런 질문의 답을 찾으려면 훨씬 깊은 성서 신학적 연구가 필요할 테니까 여기는 그냥 넘어가는 게 좋겠습니다. 다만 재미있는 어투로 표현된 이 문장을 구성하고 있는 세 가지 명령의 영적인 의미를 검토하겠습니다. 첫 번째는 “일어나라!”입니다.
이 중풍병자 이야기는 원래 예수님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지만, 우리가 중풍병자를 중심으로 재구성해보면 어떨까요? 성서 이야기를 소재로 단편소설을 쓰고 싶은 분이 있다면 이 이야기는 아주 좋은 소재입니다. 이 사람이 왜 중풍에 걸렸을까요? 그 사연을 따지고 들어가려면 많은 상상력이 필요하겠군요. 그는 어느 날 침대에 실린 채 친구들의 손에 이끌려 어떤 낯선 남자 앞자리에 누워있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은 눈치 채지 못했겠지만 이 사람은 이 장면이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다른 사람은 모두 앉아있거나 서 있는데 자기 혼자 침대에 누워있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자신의 신세가 처량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누워있는 사람에게 세상은 어떻게 보일까요? 우리는 늘 자기의 위치에서만 세상을 보기 때문에 마이너리티에 속한 사람들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이것이 바로 소통부재의 원인입니다. 그는 낯선 남자가 처음 만난 자기에게 이렇게 말하는 걸 들었습니다. “작은 자야, 네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5절) 이 사람은 그게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습니다. 낯선 사람이 서기관들에게 몇 마디 말씀을 하시더니, 다시 자신에게 하는 말이 들렸습니다. “일어나라.”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요? 오랫동안 누워있던 사람에게 “일어나라.”니 말이 되나요? 예수님은 그 사람의 손을 붙잡아 일으키지도 않았습니다. 주문을 외우지도 않았습니다. 기도를 드리지도 않았습니다. 아무런 예비 행동도 없이 다짜고짜로 “일어나라.”고 말씀하셨을 뿐입니다. 예수님은 신적인 권위로만 가능한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누워있는 건 수평이며, 일어서는 건 수직입니다. 수평은 죽음에 가까운 자세이지만, 수직은 생명에 가까운 자세입니다. 죽음에 가까울수록 우리의 자세는 옆으로 기울어집니다. 생명에 가까울수록 우리의 자세는 바로 섭니다. 어떻게 보면 한 인간의 삶은 수평에서 시작해서 수직으로 세워졌다가 다시 수평으로 돌아가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세상에 처음 태어난 아이들은 사생결단의 자세로 서려고 합니다. 뒹굴다가, 기고, 기다가 다른 것에 의지해서 서고, 그러다가 뛰어다닙니다. 세월이 지나면 우리의 육체는 허물어지기 시작하고, 누워있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에 되면 더 이상 일어나지 못합니다.
“일어나라.”는 말씀은 자기 몸을 자기가 주체적으로 다루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들것에 실려 있는 몸은 자기 몸이지만 자기 몸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자기가 마음대로 다룰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신체의 자유를 허락하십니다. 신체의 자유보다 영혼의 자유가 여기서 더 중요하겠지요. 우리의 영혼은 “일어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통해서 이 세상의 모든 힘과 조직으로부터, 물질과 욕망으로부터 해방됩니다. 이런 점에서 눕지 말고 일어서라는 주님의 말씀은 해방의 능력입니다. 그분은 “일어나라.”고 명령하십니다.  

주님, 당신만이 우리를 일으키시는 분이심을 믿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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