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8일- 예수의 명령 (3)

조회 수 2360 추천 수 32 2006.08.18 23:31:34
2006년 8월18일 예수의 명령 (3)

내가 네게 이르노니 일어나 네 상을 가지고 집으로 가라 하시니 (막 2:11)

중풍병자였던 이 사람에게 예수님이 내리신 세 번째 명령은 “집으로 가라.”입니다. 예수님은 왜 “나를 따르라.” 하지 않고 집으로 가라 말씀하셨을까요? 이 말씀을 자칫 오해하면 이 사람이 예수님의 제자들과는 달리 출가해서 예수님을 따를만한 능력이 없는 것처럼 들릴지 모르겠습니다. 물로 그런 말씀은 아니겠지요. 모든 사람이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서 출가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람의 형편에 따라서 따를 사람은 따르고 집으로 가야 할 사람은 집으로 가야겠지요.
그런데 제자들처럼 예수님을 따른다는 것과 이 중풍병자처럼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그렇게 결정적으로 다른 사태는 아닙니다. 표면적으로만 본다면 분명히 크게 다른 것 같지만 내면적으로 본다면 다를 게 없습니다. 어떤 형태의 삶을 선택하든지 중요한 것은 하나님 나라의 통치를 따르는 것입니다.
어쨌든지 “집으로 가라.”는 말씀에서 우리는 매우 중요한 두 가지 가르침을 발견합니다. 첫째, 예수님은 그에게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으셨습니다. 불치병이 치료되었으니까 감사헌금을 바쳐야한다고 말씀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이 살아 계시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니까 선교사가 되어야 한다고 강요하지도 않았습니다. 다음과 같은 말이 목회자들에게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군요. 신자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지 맙시다. 아니 아무 것도 요구하지 맙시다. 십일조, 주일성수, 교회봉사, 한국복음화 등등, 그런 요구를 하지 맙시다. 제가 보기에 한국교회 신자들은 교회 일에 너무 많이 시달립니다. 일 년 내도록 속된 말로 “뺑뺑이” 돌리듯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게 모두 주님을 위한 일이라는 말로 그걸 합리화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게 해야 신자들의 신앙이 돈독해질 뿐만 아니라 실제로 신자들이 신앙의 기쁨을 누린다고도 말하지 맙시다. 마조히즘도 기쁨은 기쁨입니다. 그러나 그런 현상은 노이로제에 가깝습니다. 사이비 이단에게 속한 사람들은 훨씬 더 자학적인 기쁨에 만족한다는 사실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둘째, 예수님은 중풍병자였던 사람을 일상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중풍의 치유는 놀라운 사건이었지만 예수님은 그를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집으로 보냈습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의 자리는 바로 일상이라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숨쉬고, 먹고, 마시고, 배설하고, 서로 싸우면서 살아가는 일상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중심무대입니다.
오늘 우리의 신앙은 교회와 세상을 이원론적으로 구별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세상 등지고 십자가 보네.” 하는 복음찬송의 가사처럼 세상과 일상을 허투루 대하고 교회와 교회의 일을 목표로 삼는 신앙형태가 우리에게 많습니다. 아무리 신비롭고 특별한 신앙을 경험했다고 하더라도 결국 우리는 일상에 두 발을 단단히 딛고 살아야 합니다. 중풍병자를 향해서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씀하신 주님도 그걸 원하시겠지요.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조금 조심해야 할 게 있습니다. 일상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일상에 매몰되는 되는 것 마저 괜찮다는 말은 아닙니다. 적금, 복지, 자녀교육, 취미생활 등등, 이런 일상에 우리의 삶이 완전하게 포섭당한다면 그리스도인의 영성은 그 고유한 가치를 상실하고 맙니다. 일상과 영성이 일치되는 삶이 바람직하겠지요. 일상에서 생명의 신비를 볼 수 있고, 하나님을 통한 생명의 신비가 일상에서 구체화하는 삶 말입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예수님의 세 번째 명령인 “가라”는 “오라”와 다르지 않습니다. 예수님에게 와서 새로운 생명의 비밀을 아는 사람은 일상으로 가서 영적으로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말씀에 따르면 무게는 “가라”에 있겠지요. 세상으로 가라, 삶의 현장으로 가라, 일상으로 가라. 오늘 “보내는 목회”가 필요합니다.

주님, 우리의 삶에서 일상과 영성의 일치가 일어나기 원합니다. 아멘.

[레벨:1]차가운열정

2009.02.07 17:07:41

하나님 나라의 통치를 따르는 삶,  일상에 매몰되지  않으면서 일상에서 생명의 신비를 느끼고 경험하는 삶..... 너무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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