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3일- 놀라움 (5)

조회 수 2192 추천 수 25 2006.08.23 23:31:54
2006년 8월23일 놀라움 (5)

그가 일어나 곧 상을 가지고 모든 사람 앞에서 나가거늘 그들이 다 놀라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이르되 우리가 이런 일을 도무지 보지 못하였다 하더라. (막 2:12)

우리가 놀라움을 느끼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앞에 놓인 이 세계가 너무 익숙하게 여겨진다는 데에 있습니다. 아침에 해가 뜬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너무나 당연해서 전혀 새롭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가족이 있고, 직업이 있고, 친구들도 있습니다. 하늘과 산, 새와 나비는 늘 그렇게 있어왔던 것들에 불과합니다. 그런 것들은 그냥 늘 그렇게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조금만 생각을 다르게 하면 그 모든 것들이 그렇게 당연한 게 아닙니다. 내일 당장 해가 뜨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지구의 자전이 멈추면 그것으로 낮과 밤의 변화는 불가능합니다. 만약 나비 애벌레가 먹을 수 있는 연한 잎이 사라지거나 지구의 기온이 뚝 떨어지면 나비는 더 이상 우리 주변에서 춤을 출 수 없습니다.
지금 제가 글을 쓰는 이 순간에 어디선가 철 이른 풀벌레 소리가 들려옵니다. 앞으로 가을이 깊어지면 그런 벌레 소리가 더욱 많아지겠지요. 그놈들이 배가 고파서 우는 건지 아니면 짝짓기를 위한 세레나데 노래인지 모르겠지만 작은 몸체 치고는 참으로 큰 소리를 냅니다. 이 지구에서 소리를 경험한다는 게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모릅니다. 소리는 참으로 다양합니다. 대나무 숲에서 바람소리를 들어보셨나요? 파도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셨나요? 낙숫물 떨어지는 소리에 취해서 낮잠을 자본 적이 있나요? 우리는 소리를 너무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선천적으로 청각 장애를 갖고 있다가 수술을 받고 청각을 찾았다고 합시다. 그가 처음으로 들은 소리가 의사의 말이든지, 아니면 가족의 말이든지, 또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이든지 그에게 소리는 그야말로 자신의 존재가 새로워질 만한 큰 충격일 것입니다.
색깔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지구에서 경험하는 색깔은 바로 지구가 살아있다는 단적인 증거입니다. 생명이 없으면 색깔도 없습니다. 모든 색깔의 원천인 식물이 생산해내는 색깔들은 탄소동화작용을 통해서 얻어집니다. 바다색깔을 보셨나요? 어린아이의 눈동자 색깔을 보셨나요? 요즘 숲은 무슨 색깔인가요? 온갖 종류의 과일은 색깔 잔치입니다. 그 모든 것들은 마술입니다. 이런 마술을 보고 놀라지 않는다면 그는 지금 술에 취해있든지 딴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겠지요.
소리와 색깔만이 아니라 지구에서 벌어지는 모든 생명현상 앞에서, 즉 바람, 구름, 사계절, 자손번식, 진화와 돌연변이, 먹이사슬, 온갖 종류의 생명체로 나타나는 이런 생명 사건 앞에서 우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것들을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놀라움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건 큰 착각입니다. 현재 우리 앞에서 벌어지는 이런 생명현상 자체를 모를 뿐만 아니라 그것이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지는 더더욱 모릅니다. 흡사 놀음판에서 다음에 무슨 카드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런 것에 흥미를 느끼는 것처럼 우리가 이 생명현상을 그런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가장 큰 놀라움은 물론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사실입니다. 우리와 똑같이 역사적 인물이었던 나사렛 예수가 인류를 구원할 그리스도이며 재림주라는 사실은 기적이며, 신비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이 사실을 이미 결정되어 닫혀버린 교리로만 이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우리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신비와 놀라움을 경험할 수 없습니다.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사실은 당위나 필연이 아니라 오히려 우연입니다. 이 우연성 안으로 들어가는 게 그리스도교 신학과 신앙의 신비입니다.

주님, 신앙의 신비에 눈을 뜨기 원합니다. 아멘.

[레벨:1]차가운열정

2009.02.10 15:22:38

144번 글 바르트의 신학적 실존을 놀라움이라고 한 글도 좋고요,   저에게는 모든 삶이 평범한 일상인 그것이 목사님에게는 놀라운 일상으로 느껴지신다니...비록 잘 이해되진 않지만  너무 낭만적이고 신비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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