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살에다시읽는
요한계시록-388
22:5
다시 밤이 없겠고 등불과 햇빛이 쓸 데 없으니 이는 주 하나님이 그들에게 비치심이라 그들이 세세토록 왕 노릇 하리로다
새 하늘과 새 땅으로 불리면서 거룩한 성이자 새 예루살렘으로 불리는 그곳에는 밤이 없다고 합니다. 빛이 필요 없을 정도로 하나님의 빛이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밤이 없다는 말은 두려움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고, 악이 준동하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주 하나님’이라고 할 때 ‘주’는 그리스어 Κύριος(Lord)이고, ‘하나님’은 Θεὸς(God)입니다. 퀴리오스라는 호칭이 예수께도 붙여졌습니다. 주이시며 하나님이신 분이 빛을 발산하기에 더는 밤도 없고 등불이나 해도 필요 없는 세상을 요한은 갈망합니다. 하나님의 통치가 완전하게 드러나는 세상입니다. 이런 표현은 앞에서도 반복되었습니다. 다시 정리하면 우리가 기다리는 새 하늘과 새 땅은 밤이 없고 하나님의 빛이 가득한 곳이라고 생각하면 크게 틀린 게 아닙니다.
이런 세상이 되면 위 5절이 말하듯이 우리는 모두 ‘왕 노릇’ 할 것입니다. 왕 노릇은 그리스어 βασιλεύσουσιν의 번역입니다. 발음되는 대로 읽으면 ‘바실류수신’입니다. 이 단어의 어근은 ‘바실레이아’입니다. 복음서에 종종 나오는 하나님 나라라는 단어의 ‘나라’에 해당합니다. 하나님 나라는 하나님의 통치를 가리킵니다. 바실류수신은 영어로 they will reign입니다. ‘그들은 통치할 것입니다.’라는 뜻입니다. 신약성경에 이런 단어가 자주 나오는 이유는 당시 로마 제국의 통치가 막강했기 때문이겠지요. 로마의 통치를 받던 그리스도인은 새 하늘과 새 땅에서 하나님과 함께, 하나님 안에서,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오히려 통치하게 될 것입니다. 위치가 완전히 역전되는 겁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온전하게 알고 믿는 사람은 이미 이 세상에서도 그런 통치(바실레이아)를 살아낼 것입니다. 그 하나님의 통치는 종말에 완성되겠으나 ‘이미’ 여기에 은폐의 방식으로 실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통치를 실제로 느끼는 사람이 있고, 남의 이야기로 느끼는 사람이 있습니다. 잠들었던 영적 감각이 살아나면 실감할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