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살에다시읽는
요한계시록-392
22:9
그가 내게 말하기를 나는 너와 네 형제 선지자들과 또 이 두루마리의 말을 지키는 자들과 함께 된 종이니 그리하지 말고 하나님께 경배하라 하더라
천사는 요한에게 자신을 경배하지 말라고 말립니다. 천사 자신은 요한과 마찬가지로 경배받을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을 경배할 종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놀라운 신출귀몰의 능력이 있는 사람이나 지성이나 도덕성에서 존경받을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경배받을 수 없습니다. 그런 이들에 대한 경배는 우상숭배니까요. 천사는 하나님의 뜻을 사람에게 전하는 역할을 하는 존재로 성경에 묘사됩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헤르메스가 이에 해당합니다. 헤르메스는 제우스의 뜻을 사람에게 알리는 신입니다. 헤르메스라는 이름에서 해석학(hermeneutics)이 나왔습니다. 해석학은 신의 언어를 인간의 언어로 해석한다는 뜻입니다.
제 생각에 천사가 자신과 동급인 종으로 언급한 요한과 요한의 형제 선지자들과 두루마리의 말을 지키는 자들도 모두 천사의 역할을 받았습니다. 요한은 묵시적 상상력을 통해서 하나님의 뜻을 당시 소아시아 지역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전했습니다. 그 전하는 일이 바로 천사의 일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선지자는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사람들입니다. 오늘날 설교자에 해당합니다. 성경 텍스트의 문자는 진리를 은폐의 방식으로 담고 있기에 해석이 필요합니다. 해석은 기계적으로 발생한다기보다는 역동적으로 발생하기에 해석자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설교자에게 해석학적 훈련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설교자가 성경 문자가 가리키는 어떤 깊이를 알지 못하면 변죽만 울립니다. 변죽만으로 영혼의 만족이 안 되니까 자극적인 이야기 소재를 끌어들입니다. 선지자의 길에서 탈선하는 것이겠지요. 두루마리의 말을 지키는 사람도 넓은 의미에서는 천사입니다. 그들의 삶을 통해서 하나님의 뜻이 알게 모르게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으니까요. 이런 점에서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은 자신을 천사처럼 여겨도 됩니다. 아니 천사로 살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