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당일기(238)- 사과

조회 수 1189 추천 수 0 2022.09.13 08:23:01

139.JPG

99일 연휴 첫날

갓바위로에 있는 **카페에

잠시 들릴 일이 있었다.

손질 잘 된 정원 한쪽에서

불디 붉은 사과가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다.

요즘 보기 힘든 홍옥인가?

이브와 아담처럼

사과를 따서 한입 깨문다면

, , 탄소, , 안개, 곰팡이,

, 나비, 구름, 비 등등이

함께 어우러져 

집단 지성과 집단 노동으로 만들어낸 

그 무언가가 입안 가득 채워지리라.

아래와 같은 함민복의 시

<사과를 먹는다>가 기억나는 순간이다.

 

사과를 먹는다

사과나무의 일부를 먹는다

사과꽃에 눈부시던 햇살을 먹는다

사과를 더 푸르게 하던 장맛비를 먹는다

사과를 흔들던 소슬바람을 먹는다

사과나무를 감싸던 눈송이를 먹는다

사과 위를 지나던 벌레의 기억을 먹는다

사과나무에서 울던 새소리를 먹는다

사과나무 잎새를 먹는다

사과를 가꾼 사람의 땀방울을 먹는다

사과를 연구한 식물학자의 지식을 먹는다

사과나무 집 딸이 바라보던 하늘을 먹는다

사과에 수액을 공급하던 사과나무 가지를 먹는다

사과나무의 세월, 사과나무 나이테를 먹는다

사과를 지탱해 온 사과나무 뿌리를 먹는다

사과의 씨앗을 먹는다

사과나무의 자양분 흙을 먹는다

사과나무의 흙을 붙잡고 있는 지구의 중력을 먹는다

사과나무가 존재할 수 있게 한 우주를 먹는다

흙으로 빚어진 사과를 먹는다

흙에서 멀리 도망쳐 보려다

흙으로 돌아가고 마는

사과를 먹는다

사과가 나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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