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9일- 엄한 경고

조회 수 2974 추천 수 44 2006.07.09 23:24:43
2006년 7월9일 엄한 경고

곧 보내시며 엄히 경고하사 (막 1:43)

헬라어 성경에 따르면 이 43절은 44절과 독립적인 문장입니다. 우리말 성경으로 읽는다면 43절과 44절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동사만 연결하면 “보내시며, 경고하사, 이르시되”가 됩니다. 그러나 헬라어 성경으로는 이 동사들이 각각의 문장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루터 성경도 역시 43절에서 예수님이 그를 위협하셨으며, 곧바로 내어 쫓으셨다고 번역한 다음에 44절은 다시 “그리고”로 시작합니다. 제가 여기서 헬라어 성경의 문장구조를 정확하게 이해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헬라어 성경과 우리말 성경에 뉘앙스의 차이가 나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마가복음 기자가 44절을 강조하기 위해서 43절의 말씀을 언급한 것만은 분명합니다.
우리는 여기서 보통 때와 전혀 다른 예수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병을 고쳤으면 그냥 “가라!” 하는 게 예수님에게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모습인데, 여기서는 조금 경직된 모습입니다. 물론 예수님이 이런 장면에서 실제로 경직되었다는 뜻은 아니겠지요. 그렇게 신신당부하지 않으면 안 될 그런 상황이 있지 않았을까요? 그런 상황에 대해서는 44절과 45절을 묵상할 때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언급할 예정이니까 접어두고, 예수님이 엄하게 경고하셨다는 그 사실만 짚어보도록 하지요.
성서의 중심으로부터 약간 옆으로 빠져나오는 건지 모르겠지만, 예수님이 나병환자에게 엄히 경고하셨다는 사실은 예수님도 사람들을 자기의 뜻대로 설득할 수 없었다는 의미일지 모릅니다. 인간 사이의 관계, 그 관계에서 작용하는 대화와 설득은 예수님도 간단히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귀신을 말 한 마디로 내어 쫓으시고, 광풍도 그렇게 제압하실 수 있는 예수님께서 나병환자에게 이렇게 엄하게 경고하실 수밖에 없었으니까 말입니다.
인간 사이의 대화와 설득이 힘든 이유는 서로의 세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서로 다른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 통역이 없으면 대화가 불가능한 것처럼, 비록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세계가 다르면 본질적인 대화는 불가능합니다. 여기 모든 문제를 돈 버는 것과는 연결시키는 사람과 예술의 세계만을 생각하는 사람이 함께 여행을 하고 있다고 합시다. 그들은 기차를 타고 가다가 멋있는 숲을 보았습니다. 장사하는 사람은 그 숲을 유원지로 만들어서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예술가는 그곳을 공원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할 겁니다. 이 두 사람 사이에는 대화가 불가능합니다.
신앙적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목사이면서도 서로 대화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모든 문제를 교회 성장에만 연결하는 목사와 어떻게 구원문제에 대해서 대화를 나눌 수 있겠습니까? 그리스도교 패권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목사와 어떻게 세계 평화에 대해서 대화를 나눌 수 있겠습니까? 개인구원만을 절대화하는 목사와 어떻게 사회정의에 대해서 대화를 나눌 수 있겠습니까?
예수님이 나병환자에게 엄하게 경고하신 이유는 이 나병환자가 근본적으로 예수님과 대화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는 데에 있습니다. 그가 수준이 낮다거나 그가 세속적이라는 점을 말씀드리는 게 아닙니다. 그를 비판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나병환자가 예수님의 말씀을 알아듣지 못했다는 사실만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엄하게 경고하는 방식을 통해서라도 하나님 나라의 일이 바르게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이 말씀에 담겨있는 게 아닐는지요.
우리 자신에게 질문할 차례군요. 예수님은 우리를 대화의 상대자로 여기고 있을까요? 예수님이 엄히 경고하지 않아도 우리는 그분의 말씀을 잘 알아듣는 사람일까요?

주님, 영적인 귀가 환히 열리기 원합니다. 아멘.

[레벨:1]차가운열정

2008.09.23 21:01:44

늦게서야 정독하고 있는데요. "엄히 경고하사" 이 짤막한 구절 안에 이렇게 깊은 뜻이 담겨 있군요. 예수님과 대화 파트너가 되고 싶은데 어찌해야 하는지 고민됩니다. 아니 평생 고민하며 살아갈지도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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