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12일 동네에 들어가지 못하는 예수

그러나 그 사람이 나가서 이 일을 많이 전파하여 널리 퍼지게 하니 그러므로 예수께서 다시는 드러나게 동네에 들어가지 못하시고 오직 바깥 한적한 곳에 계셨으니 사방에서 사람들이 그에게로 나아오더라. (막 1:45)

“아무에게도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가서 네 몸을 제사장에게 보이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나병환자였던 이 친구는 콧등으로도 듣지 않고 동네방네 떠들어댔습니다. 내 나병이 다 나았다. 예수가 나를 고쳤다. 뭐 대충 이런 식으로 나발을 불고 다녔겠지요. 물론 우리는 이 친구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나병 때문에 당한 마음고생, 몸 고생이 얼마나 심했겠습니까? 이제 자신도 떳떳하게 사람처럼 살아갈 수 있게 되었으니 예수님이 아무리 침묵 명령을 내리셨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떠들고 다닐 만합니다.
그런데 이 본문에서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건 그런 소문 때문에 예수님이 더 이상 동네에 들어갈 수 없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본문도 그 이유에 대해서 구체적인 언급이 없습니다. 독자들이 알아서 해석하라는 뜻인가요? 아니면 그 당시 독자들은 이게 무슨 의미인지 잘 알고 있다는 뜻인가요? 그러나 오늘 우리에게는 이것이 그렇게 명확하지 않습니다.
물론 다음과 같이 쉽게 생각할 수는 있습니다. 예수님의 나병 치유 사건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과 호기심을 유발시켰을 겁니다. 만약에 예수님이 동네에 들어가신다면 엄청난 사람이 몰려들 겁니다. 예수님은 그걸 감당하기가 어렵거나, 또는 귀찮으셨을지 모릅니다. 평소에도 예수님이 많은 사람들과 만나기는 했지만 시시때때로 군중들을 피해서 조용한 곳에서 쉬는 적도 많았거든요.
혹시 이런 이유는 아닐까요? 예수님의 나병치유는 율법적으로 시빗거리일지 모릅니다. 제사장의 허락을 받아야 할 일을 자기 멋대로 해치워버렸으니까 동네에 들어가면 공연한 분쟁에 휘말릴 수도 있었겠지요. 앞에서 예수님이 제사장과 모세의 법을 거론하셨다는 걸 전제한다면 이것도 하나의 가능성으로 남겨두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완전히 개인적인 추측에 불과합니다. 예수님이 동네에 들어가지 못한 근본적인 이유는 다른 데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예수님의 메시아적 징표가 사람들에게 알려질 때가 아직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바로 그것입니다. 복음서 기자들이 전하고 있는 예수님의 모든 가르침과 행위는 이 한 가지 사실에 집중합니다. 예수님에게 메시아적 징표가 나타났다는 사실 말입니다. 그런데 이 메시아적 징표는 아직은 비밀입니다. 예수님이 메시아라는 사실은 어느 때가 이르기 전까지는 비밀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사람들에게 종종 침묵을 요구하셨고, 어떤 가르침도 비유로 말씀하셨습니다.
궁극적인 의미에서 예수님의 메시아성은 지금도 역시 비밀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이 메시아라는 사실을 당연하게 생각하겠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예수님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을 인정할 수는 있지만 예수님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습니다. 예수님의 메시아성이 비밀이라는 게 대답입니다. 비밀은 그것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쉬운 일이지만 모르는 사람에게는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할 수 없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메시아성이 완전히 노출되는 때는 종말입니다. 그가 구름을 타고 재림한다는 신약성서의 설명은 비밀이 노출되는 때를 가리킵니다. 그때까지 예수님의 메시아성은 비밀로 남아있을 겁니다. 우리는 그 비밀을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너무 서두르지 않는 게 좋습니다. 왜냐하면 자칫 예수님이 동네 안으로 들어올 수 없는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요.

주님, 때를 잘 분별하는 사람이 되기 원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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