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1일- 많은 사람

조회 수 2746 추천 수 27 2006.07.21 23:19:52
2006년 7월21일 많은 사람

많은 사람이 모여서 문 앞까지도 들어설 자리가 없게 되었는데, 예수께서 그들에게 도를 말씀하시더니. (막 2:2)

예수님의 소문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습니다. 마가는 문밖 마당에도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고 설명합니다. 1:32-34절에도 많은 사람이 모였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번에는 두 번째 방문인 탓인지 더 많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예수님 주변에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는 표현은 마가복음의 특징인데, 예수님에게 무언가 기대하고 있는 사람들이, 예수님에게 호기심을 느끼고 있던 사람들이 많았다는 의미겠지요.
우리가 앞의 과정을 전제한다면 이 사람들의 호기심은 예수님을 통해서 일어난 병 치유와 축귀 사건이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그런 신앙을 절대화할 필요도 없지만 냉소적으로 바라볼 필요도 없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들이 그런 방식으로 메시아적 기대를 충족할 수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오늘도 민중들은 그런 기대와 호기심이 큽니다. 어쩌면 그것이 그들의 신앙을 견인하는 실제적인 동력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오늘의 민중들에게서 나타나는 그런 종교적 관심과 복음서에 나타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다를 게 없다면 우리는 오늘 민중을 탓할 없는 게 아닐까요? 그들이 아무리 기복적이라고 하더라도, 그들이 아무리 이기적이라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그게 바로 인간 삶의 현실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부정할 수 없다는 말씀입니다.
이런 대목에서 성서읽기의 어려움을 만나게 됩니다. 성서는 분명히 민중들에게 나타나는 호기심과 열망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긴 하지만 그것이 중심 주제가 아닙니다. 중심은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성서기자들은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에게 큰 관심을 보였다는 사실만 강조하고 있을 뿐이지 그 사람들의 호기심 자체에 대한 가치론적 판단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게 그거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세속적인, 다른 한편으로는 종교적인 그런 민중들의 호기심이 바로 예수님의 메시아성을 확인하는 거니까 이 두 요소가 모두 중요하다고 말입니다. 그렇지만 복음서 어디에도 민중들의 이런 호기심 자체를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진술은 없습니다. 자신들의 욕망이 성취되지 않을 경우에 그런 호기심은 순식간에 분노로 바뀝니다. 그 결과가 예수님의 십자가 처형이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 주변에 모인 이 많은 사람들은 아주 중요합니다. 엘리트보다는 그런 일반 대중들과의 관계에서 예수님의 메시아성이 분명하게 드러났으니까요. 그들이 예수님을 정확하게 인식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예수님은 늘 그들과 함께 지내면서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고, 하나님 나라에 상응하는 행위를 하셨으니까요. 이런 점에서 오늘의 교회도 역시 본문에서 “많은 사람”이라고 표현된 그런 민중들의 관심을 끌어내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교회는 고도의 영성을 지닌 사람들의 폐쇄적인 집단이 아니라 별 볼일 없는 그런 사람들의 열린 공동체니까 말입니다.
그러나 교회의 민중 지향성과 포퓰리즘과는 구분돼야 합니다. 이 말은 교회의 존재론적 근거가 예수 그리스도라는 의미입니다. 민중이 요구하는 메시아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역사적 예수 그리스도가 메시아라는 사실을 민중들에게 각인시켜야 합니다. 만약 그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만다면 결국 메시아는 자본과 가시적인 힘과 자신의 도덕적 성취감이 되겠지요. 그런 일들이 이미 오늘 우리에게 확실한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한국교회에는 “많은 사람”이 모였습니다. 비록 교회에 따라서 큰 차이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많은 사람이라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들의 욕망이 교회의 중심 주제가 되면 예수 메시아는 물러나야 합니다. 오늘 우리에게 예수는 실제로 메시아인가요, 아니면 들러리인가요?

주님, 많은 사람이 주님을 바르게 따르도록 도와주십시오. 아멘.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06.07.21 23:30:24

내일 저는 2박3일 동안 먼곳을 다녀옵니다.
그곳에 인터넷이 있는지 잘 모르겠네요.
다비아 큐티가 올라오지 않으면 없는 걸로 알아주세요.
profile

[레벨:4]이상훈

2006.07.22 03:36:22

목사님..건강하게 잘 다녀오십시오~~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498 8월13일 오병이어 (19) 2007-08-12 2026
497 8월12일 오병이어 (18) [1] 2007-08-11 1548
496 8월11일 오병이어 (17) [1] 2007-08-10 1637
495 8월10일 오병이어 (16) 2007-08-09 1548
494 8월9일 오병이어 (15) [2] 2007-08-08 1938
493 8월8일 오병이어 (14) 2007-08-07 2009
492 8월7일 오병이어 (13) 2007-08-06 1701
491 8월6일 오병이어 (12) [1] 2007-08-05 1755
490 8월5일 오병이어 (11) 2007-08-04 2009
489 8월4일 오병이어 (10) [7] 2007-08-03 1936
488 8월3일 오병이어 (9) 2007-08-03 1841
487 8월2일 오병이어 (8) [1] 2007-08-02 1851
486 8월1일 오병이어 (7) [4] 2007-08-01 2260
485 7월31일 오병이어 (6) [2] 2007-07-31 2518
484 7월30일 오병이어 (5) [2] 2007-07-30 2026
483 7월29일 오병이어 (4) 2007-07-29 1981
482 7월28일 오병이어 (3) [1] 2007-07-28 2020
481 7월27일 오병이어 (2) 2007-07-27 2192
480 7월26일 오병이어 (1) [1] 2007-07-24 2687
479 7월25일 이백 데나리온 [1] 2007-07-24 4374
TEL : 070-4085-1227, 010-8577-1227, Email: freude103801@hanmail.net
Copyright ⓒ 2008 대구성서아카데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