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4일 혼인집에서 (4)

조회 수 2406 추천 수 46 2006.09.24 23:21:10
2006년 9월24일 혼인집에서 (4)

예수께서 그들에게 이르시되 혼인 집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을 때에 금식할 수 있느냐. 신랑과 함께 있을 동안에는 금식할 수 없느니라. (막 2:19)

어제 큐티의 마지막 문장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우리에게는 노래하고 춤출 이유가 훨씬 많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그 이유에 대한 몇 가지 설명을 들은 것만으로는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발견한 그 이유들이 우리 삶의 실체가 되려면 우리에게 약간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게 지혜인지 수행인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 인식의 큰 전환이라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우리 삶이 혼인 잔치에 참여한 것 같은 기쁨과 평화로 가득하려면 “여기 지금”의 신비를 맛보아야 합니다. 우리의 과거는 모두 지나갔으며,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현재만 우리와 일치할 뿐입니다. 따라서 과거와 미래는 우리에게 무능력하고, 현재만이 우리를 지배합니다. here and now!
“여기 지금” 나는 무엇과 만납니까? 무슨 소리가 들리나요? 무슨 냄새가 나나요? 여기서 지금 나에게 다가오는 것들을 온 영혼으로 느낄 줄 아는 사람만이 인생을 축제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여기 지금” 나에게 다가오는 것을 영혼으로 담아내는 일에는 돈이 별로 많이 들지 않습니다. 영혼의 눈을 열기만 하면 됩니다. 비록 파출부라고 하더라도 이런 눈이 있다면 설거지를 하면서 물의 느낌으로 황홀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험은 일종의 영적인 에로티시즘이기도 합니다. 반면에 파출부에게 일을 시키고 자신은 사업구상만 하는 귀부인이 있다면 그는 “여기서 지금”을 놓치는 셈입니다. 그녀의 삶은 축제가 아니라 장사일 뿐입니다.
난치병과 투병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냐고요? 장애인들은 어떻게 하냐고요? 매일 남편에게 구타당하는 여자들, 기업을 하다가 부도만난 사람들, 사랑하던 사람에게 배신당한 사람들도 역시 “여기서 지금” 기쁨에 참여할 수 있냐고요? 졸지에 부모를 잃어 고아가 된 어린아이들 앞에서도 축제라는 말이 가능하냐고요? 직접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의 입장을 제가 대신 나서서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대목에서는 언어의 한계를 느낍니다. 그래도 한 마디는 해야겠지요. 가장 처절한 상황에서도 하나님의 은총은 다함이 없습니다. 그걸 우리는 예수님의 십자가에서 확인하고, 거기서 그걸 희망합니다. 실제로 죽음에 직면한 한 사람이 이 세상의 모든 열망을 완전히 포기하고 하나님에게 자기의 영혼을 맡길 수 있는 평화보다 더 궁극적인 평화는 없겠지요. 이처럼 하나님의 은총은 우리의 숨을 놓는 마지막 순간까지 “여기서 지금”서 우리를 엄습합니다. 혼인집의 축제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그걸 예민한 영성으로 포착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걸 소홀히 하거나 아예 의식하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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