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살에다시읽는

요한계시록-092

5:10

그들로 우리 하나님 앞에서 나라와 제사장들을 삼으셨으니 그들이 땅에서 왕 노릇 하리로다 하더라

먼저 번역 문제를 짚어야겠습니다. 9절에 나오는 ‘나라’는 헬라어 ἔθνος의 번역이고 10절에 나오는 ‘나라’는 βασιλεία의 번역입니다. 헬라어로는 완전히 다른 단어인데 우리말로는 똑같이 ‘나라’로 번역했습니다. ἔθνος는 영어로 nation(일반적인 의미의 나라)이고, βασιλεία는 영어로 kingdom(하나님의 다스림)입니다. ‘왕 노릇’에 해당하는 헬라어도 바실레이아를 어근으로 하는 βασιλεύσουσιν입니다. 전체적으로 볼 때 10절은 어린 양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 그리스도인을 하나님 앞에서 특별한 존재로 들어 올리시어 땅을 다스릴 수 있는 권세를 허락하셨다는 뜻입니다.

땅에서 왕 노릇을 한다는 말은 세속 권력을 손에 쥔다는 게 아니라 생명과 구원을 세상에 알리는 일에 전념한다는 뜻입니다. 사도행전 버전으로 바꾸면 다음과 같습니다.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행 1:8) 이를 일상적인 표현으로 바꾸면 우리 그리스도인은 하나님께서 주시는 사랑의 능력에 휩싸여 세상을 섬기도록 예수의 제자로 부름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말은 이렇게 할 수 있으나 실제로 이렇게 살기는 녹록지 않습니다. 두 가지 기도가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성령을 허락해주십시오. 우리를 불쌍히 여겨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