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째 자투리 시간에 텃밭을 정리하는 중이다.
이번 여름 작물 중에서 우리의 미움을 가장 많이 받은 게 호박이다.
봄에 아무 생각없이 호박씨를 많이 심었다. 사실은 두 가지 생각이 있었다.
1) 발아 된 녀석들 중에서 튼실한 것만 살려놓자.
2) 퇴비를 충분히 주지 못했으니까 여럿을 키워서 개별당 결실은 적게 맺자.
일반 애호박과 땅콩호박 씨를 뿌렸다.
예상 외로 호박 덩굴이 근처 다른 작물을 완전히 지배했다.
호박을 다 걷어낼까, 하고 고민하다가
서로 다른 작물들이 어울여서 지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하여 내버려두었는데,
그게 착오였다. 더구나 애플수박과 참외 덩굴이 서로 엉키면서 뒤죽박죽이 되었다.
얻은 결론은 덩굴 식물들은 많은 퇴비를 주어야 한다.
그리고 덩굴순을 적당하게 잘라줘야 한다.
그중에서 호박 덩굴의 기운이 가장 쎘다.
그걸 볼 때마다 저 놈들때문에 이번 텃밭 농사는 망쳤어, 하고 투덜거렸다.
대충 다른 것들의 수확도 끝나갈 때 호박 덩굴도 깨끗이 거둬내려고 했다.
그런데 커다란 잎 아래 숨어 있던 호박을 몇 개나 얻을 수 있었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아래 사진에 보는 맷돌호박이다. 이름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놓아두면 더 커지면서 누런 색깔로 변한다.
그런 호박을 거둬봤자 내 아내나 내가 그걸 처리할 재주도 없고 용기도 없다 생각하여
딜단 전지 가위로 삭뚝 잘라서 집안으로 들여놓았다. 아내는 별로 반기는 기색이 없다.
호박 덩굴을 아직도 다 잘라내지 못했다. 작은 호박이 달려 있었기 때문에 조금 기다려주기로 했다.
저 맷돌 호박을 어떻게 반찬으로 만들지 아내와 의논해보든지 아니면 유튜브에서 정보를 검색해봐야겠다.
호박, 정말 잘 생겼다. 속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ㅎㅎ 엉킨 밭이 상상이 됩니다.
몇년 텃밭을 해보니
봄에 심을 때 계획을 잘 해야겠더라구요...
호박은 덩쿨이 뻗어갈 공간을 염두에 두고 심는 게 필수죠.
그래도 왕 맷돌호박울 건지셨군요..
늙혔으면 호박죽 감인데요.
지금은 어떤 요리를 해 먹을 수 있을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