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物) 004- 조약돌

조회 수 864 추천 수 0 2022.03.04 08:27:25

004.JPG

내 방에는 책상에 딸린 서랍과 독립된 수납 서랍이 있다. 서랍을 칸 숫자로 계산하면 합이 일곱이다. 귀중품만이 아니라 온갖 잡동사니도 들어있다. 나름 분류해서 정리 정돈한다지만 늘 혼잡스럽다. 위 사진으로 보는 조약돌도 들어있다. 제법 오래전 동해안 모래사장을 걷다가 눈에 들어와 들고 와서, 한동안 책상 위에 놓고 심심할 때마다 손바닥에 올려놓고 들여다보거나 손으로 쥐어보곤 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똑같은 동작을 했다. 사진으로는 잿빛이지만 실제로는 누런 나무 색깔이다.

바닷물에 씻겨 매끄러워진 보통 조약돌은 아니다. 가운데 구슬이 들어갈 만한 홈이 있다. 그 홈의 정체는 모르겠다. 인위적이지 않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저 부분만 약한 재질이라서 오랜 세월에 걸려 파였다고 보기도 힘들다. 그 옆으로도 크기가 다른 홈이 세 개나 더 난 걸 보면 지질 작용으로 만들어진 현상처럼도 보인다. 동그란 조개가 묻혔던 화석인가? 혹시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 조각인가? 저 조약돌이 세상에 나오게 된 그 깊은 내막을 내가 어찌 다 알랴.

모양이 마치 외계인 얼굴이다. 외계인은 저렇게 가운데가 움푹 들어간 얼굴 모습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한 개의 눈이 크게 발달한 외계인 말이다. 언젠가 때가 되면 저 돌도 생명을 얻게 될 수도 있다. 우리의 편견에 따른 얄팍하고 단순한 생명이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와 완성이라는 섭리에 따른 입체적이고 풍성한 생명으로 말이다. 진흙을 이겨 만든 사람 형체에 생기를 불어넣어 '생령'을 만드신 하나님 아니신가. 저 돌이나 사람인 나나 지구의 질료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는 똑같으니 내가 그를 어찌 사랑하지 않고 배길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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