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어록(086) 5:26

아버지께서 자기 속에 생명이 있음 같이 아들에게도 생명을 주어 그 속에 있게 하셨고

 

신약성경은 특징에 따라서 복음서와 서신과 사도행전과 요한계시록으로 분류된다. 복음서는 예수의 일대기이고 나머지는 교회에서 벌어진 신앙생활에 대한 이야기다. 엄밀하게 말하면 복음서도 역시 교회에 관한 이야기이다. 예수님의 일대기를 객관적으로 기록한 것이 아니라 초기 기독교의 관점에서 새롭게 진술한 것이기 때문이다. 복음의 반은 예수님의 일대기이고, 반은 그것을 기록한 초기 교회의 신앙고백이라고 보면 된다. 특히 요한복음에는 신앙고백이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금 우리가 읽는 예수의 연설 부분은 예수 자신의 발언이라고 하기 어렵다. 형식은 예수의 발언이지만 실제로는 요한공동체의 신앙고백이다. 그 사실을 전제하지 않고 이런 본문을 읽으면 예수를 오해하게 된다.

5:26절에서도 여전히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바탕에 두고 연설이 진행된다. 예수를 통해서 경험할 수 있는 생명이 바로 하나님의 생명이라는 것이다. 요한공동체는 하나님에게만 가능한 생명을 예수에게서 경험했다. 그런 경험에 근거해서 예수를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그들이 예수에게서 경험한 그 생명은 도대체 무엇일까, 하는 질문이 가능하다. 그 답은 우리가 다 안다. 부활 생명이다. 예수를 통해서 그들은 죄와 죽음으로부터 해방된 궁극적인 생명을 경험했다. 이에 근거하여 그들은 예수를 살아있는 자로 고백할 수 있었다. 이것으로 질문이 끝나는 게 아니다. 그 부활 생명의 실질적인 내용을 붙들어야한다. 그 과정은 길었고, 앞으로도 계속된다.

시인들도 그런 생명에 대한 갈망을 가끔 시로 표현한다. <창작과 비평> 2018년 겨울호에 실린 신경림의 시 <새떼> 전문을 읽겠다. 나는 이 시에서 우리 용어로는 부활에 대한, 그들의 개념으로는 새로운 생명에 대한 시인의 갈망을 읽을 수 있었다.

 

오랜 세월 내 몸에 들어와 둥지를 틀었던 것들이

둥지를 박차고 뛰쳐나갔다.

쏜살같이 하늘로 달려 올라간다.

새떼다.

 

나도 그것들을 좇아 내 몸에서 빠져나간다.

끼룩끼룩 꾸르르

새떼를 좇아 하늘로 날아오른다.

마을이 멀고 산이 까마득하다.

강도 바다도 먼 세상 꿈속 그림 같다.

 

머지않아 천둥 번개를 만날 것이다.

천길 낭떠러지로 곤두박질칠 것이다.

부리가 찢기고 날개가 부러져

어두운 골짜기 흙 속에 처박힐 것이다.

하지만 그중 몇은

 

훨훨 하늘로 날아오른다. 다시

새떼가 되어서.

수백수천마리 새떼가 되어서.

한때 제 거처였던 나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이제는 한점 이슬로 굴참나무 잎에 매달린 나를 멀리 바라보면서.

 

다 잊어서

아무 것도 생각나는 것이 없어

찬란한 아침 햇살에 날개들이 더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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