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어록(267) 12:36

너희에게 아직 빛이 있을 동안에 빛을 믿으라 그리하면 빛의 아들이 되리라.

 

예수는 빛으로 세상에 온 하나님의 아들이다. 세상은 예수를 알지 못했다(1:10). 요한복음의 배경에 되는 그 순간에 예수는 아직 살아있다. 그가 살아있는 동안에 예수를 믿는 게, 즉 생명의 빛을 믿는 게 중요하다. 생명의 빛인 예수를 믿으면 빛의 아들이 된다. 요한복음 공동체에 속한 이들은 자신들이 빛의 아들과 딸이라고 믿었다. 그렇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그들은 예수를 통해서 생명의 근본에 가깝게 갔다는 뜻이다.

일상으로 가득한 우리의 현실에서는 빛의 아들이라는 표현이 멀게 느껴지거나 오해되기도 한다. 속칭 신천지통일교같은 사이비 이단에 속한 이들은 자신들이야말로 빛의 아들과 딸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어떤 기독교인들은 자신들의 도덕적인 우월성을 빛이라고 생각하여 도덕적으로 부족한 사람을 어둠에 속한 사람으로 비난하고 배격한다. 이런 생각은 영지주의에 뿌리가 있다. 영지주의는 영육 이원론, 선악 이원론이라는 세계관을 따르기에 사람을 빛에 속한 사람과 어둠에 속한 사람으로 나눈다. 요한복음은 이런 영지주의로부터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거기에 예속되지는 않았다. 빛의 아들이라는 표현에서 우리는 두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하나는 빛의 보편적 진리 성격이다. 빛은 진리를 가리키는 메타포다. 여기서 말하는 진리는 기본적으로 보편적이다. 지구의 중력은 모든 이들에게 똑같이 작동하는 물리적 진리다. 어떤 한 사람이 중력을 거스를 수 있다고 말하면 그는 진리에 속한 사람이 아니다. 예수는 하나님이 악인과 선인을 가리지 않고 태양 빛을 비추고 비를 내려주신다고 했다. 보편적인 은총이다. 예수 믿고 구원받는다거나 종말에 하나님이 세상을 심판한다는 교리가 왜 보편적으로 옳은지를 해명하는 게 신학이다. 교부 시대 기독교가 당시 철학과 대화한 이유는 기독교 진리의 보편성을 확보하려는 데에 있었다. 이런 대화는 오늘도 역시 필요하다. 세상을 창조한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 빛의 아들이라고 한다면 독단에 떨어지면 곤란하다.

다른 하나는 예수의 특수한 진리 성격이다. 우리 기독교인은 예수를 그리스도라고 믿지만, 세상 사람들은 인정하지 않는다. 여기에 기독교 진리의 특수성이 자리한다. 이런 특수성은 기독교가 기독교다워질 수 있는 필수 조건이다. 칼 바르트가 신학을 교회의 기능이라고 규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학은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는 사람들의 공동체 안에서만 가능하다는 뜻이다. 교회 밖에서 종교학의 관점으로 기독교를 분석할 수는 있지만 그걸 신학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나는 바르트의 규정에 동의한다. 예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기독교인으로 살아갈 수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예수를 통한 기독교 진리의 특수성이다. 이런 특수성과 앞에서 언급한 보편성이 완전히 대립하는 건 아니다. 때로 긴장 관계에 있을지 모르나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진리라고 보는 게 옳다. 설교 방식으로 말하면, 예수만을 사랑하되 그 사랑을 통해서 모든 이를 사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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