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 18:15

조회 수 643 추천 수 0 2024.01.09 07:13:59

일흔살에다시읽는

요한계시록-311

18:15

바벨론으로 말미암아 치부한 이 상품의 상인들이 그의 고통을 무서워하여 멀리 서서 울고 애통하여

 

치부한 상인들울고 애통하게 된다고 합니다. 저 말은 당시 치부한 상인들의 귀에 들리지 않았을 겁니다. 들렸다고 해도 콧방귀도 뀌지 않았겠지요. 그들에게는 전혀 현실적인 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모두에게 부러움을 살 정도로 여전히 잘나가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지중해 무역선을 통해서 많은 고가의 물품을 사고팔면서 큰돈을 벌었습니다. 큰돈을 벌면 명예와 권력도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이런 시절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와 확신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그들이 쓰는 언어인 라틴어에 status Quo가 있습니다. ‘이 상태 그대로라는 뜻입니다. 지금 이렇게 돈 벌어서 편안하게 잘사는 상태가 계속 유지되기를 바란다는 마음이 담긴 단어입니다. Pax Romana(로마의 평화)도 비슷한 뜻입니다. 그런 이들을 향해서 요한이 무서워하여 멀리 서서 울고 애통하여라고 말하는 중입니다.

요한이 자칫 공허하게 들릴 수도 있는 말을 단호하게 발설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하나님 앞에서 인간의 재물과 권력과 명예가 얼마나 초라한지를 알았다는 데에 있습니다. 신앙이 깊어야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세상과 사태를 단순하게 직관해도 답은 나옵니다. 돈이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는 상황을 상상해보십시오. 예를 들어서, 기후위기로 극심한 식량 부족 사태가 터졌습니다. 정부는 곡식 유통을 통제했습니다. 모든 가정에 사람 숫자대로만 곡식을 배급합니다. 돈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돈이 많은 사람은 그 상황을 애통해하겠으나 돈이 없는 사람은 오히려 기뻐하겠지요. 개인적으로는 죽는 순간에, 또는 절대적인 고독에 떨어진 순간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집니다. 오늘 우리는 돈이 절대적인 힘으로 작동하는 자본주의 질서에 길들어서 요한의 이런 말을 실감하지 못할지 모르겠으나 언젠가 돈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순간이 개인적으로나 인류 전체 차원에서 온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울며 슬퍼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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