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어록(268) 12:44

나를 믿는 자는 나를 믿는 것이 아니요 나를 보내신 이를 믿는 것이며

 

12:3()절에는 예수가 말씀을 전한 뒤에 대중들을 떠나서 숨었다는 표현이 나온다. 이로써 예수는 공적 선교 활동을 끝내고 십자가 죽음을 향해서 속도를 낸다. 그 과정에 제자들이 이따금 등장하고 예수의 고별사(13-17)가 길게 나온다. 12:37-43에는 예수가 당시 사람들에게 지지를 받지 못한 이유가 나온다. 하나님이 그들의 눈을 멀게 하고 마음을 완고하게 했다는 게 그 이유다. 예수를 믿던 관리들이 자신들의 믿음을 드러내지 못한 이유는 유대교로부터 출교당할 염려 때문이었다는 사실도 짚는다. 사실에 가까울 것이다. 그들이 사람의 영광을 하나님의 영광보다 더 중요하게 여겼다는 코멘트가 달려 있다(12:43).

12:44-50절은 앞에서 대중들에게 행한 연설의 압축에 해당한다. 우리말 성경에는 이 대목에 마지막 날과 심판이라는 제목이 달렸다. 예수의 가르침과 예수 사건은 근본에서 종말론적이라는 뜻이다. 종말의 심판자는 예수다. 이게 무슨 뜻인지에 대한 설명이 이 대목이다. 이 대목만 잘 알아도 요한복음의 전체 내용을, 더 나아가서 기독교 신앙의 진수를 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44절에 따르면 예수를 믿는 자는 예수를 믿는 게 아니라 예수를 보내신 자를 믿는 것이다. 알쏭달쏭한 표현이다. 이게 정확한 말이라면 예수에 대한 우리의 전()이해가 수정되어야 한다. 우리는 예수를 향한 직접적인 믿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예수 자체를 믿는 것이다. 그 믿음을 보시고 하나님이 우리를 의롭다 여기고 구원하신다고 말이다. 그런데 요한복음 기자는 이 대목에서 믿음의 궁극적인 대상은 예수가 아니라 예수를 보내신 자, 즉 하나님이라는 의미로 진술한 것이다. 무슨 말인가? 예수라는 인격체가 아니라 예수에게서 일어난 구원 사건이 중요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런 말은 기독론적으로 미묘하다. 자칫 예수라는 인격체가 구원 문제에서 덜 중요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는 진도를 나가지 않는 게 좋다. 나의 안목을 넘어서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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