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3일- 귀신들린 사람

조회 수 2177 추천 수 23 2006.06.03 23:32:07
2006년 6월3일 귀신들린 사람

마침 그들의 회당에 더러운 귀신 들린 사람이 있어 소리 질러 이르되 (막 1:23)

회당에 귀신들린 사람이 들어왔다는 건 그 당시에 회당의 업무 중에 축귀까지 포함된 것인지, 아니면 예수님과 연관해서 특별하게 벌어진 상황이었는지는 정확하게는 모르겠습니다. 예수님의 공생애에서 이런 귀신들린 사람을 치료하는 축귀 사건이 자주 벌어졌다는 걸 감안한다면 전자보다는 후자가 쪽에 가까운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마가는 이 귀신이 더럽다고 묘사했습니다. 더럽지 않은 귀신도 있을까요? 그렇지는 않더라도 좀 사나운 귀신이나 약간 온순한 귀신은 있을지 모릅니다. 정신병에 걸린 사람들은 대개 피해의식이 강한 사람들입니다. 일반사람들과 다른 방식으로 세상에 반응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다만 특별한 상황에서는 자기 억제력을 완전히 상실하기 때문에 돌발적인 행동을 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을 크게 위태롭게 하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고 보아야합니다.
성서에 나오는 모든 귀신들린 현상을 정신병으로 보는가, 하고 질문할 분들이 있겠군요. 글쎄요. 이런 좀 어려운 질문입니다. 대개는 정신병이 틀림없습니다. 귀신은 어떤 인격적인 실체라기보다는 인간의 정신적 장애로 인해서 발생하는 질병적 정신현상이라고 보아야겠지요. 그러나 귀신문제는 이렇게 간단하게 처리해버릴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현상적으로는 분명히 정신병이기는 하지만 그것의 원인을 우리가 아직 정확하게 모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정신을 혼란하게 만드는 어떤 악한 실체가 작용할지도 모른다는 그 개연성을 완전히 부인하기는 어렵다는 말입니다. 앞으로 신경정신과적인 연구가 훨씬 많이 진척되면 이에 관한 정보를 얻을 날이 올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렇게 명확하게 끊어서 말하기는 힘듭니다.
그러나 귀신에 현상에 대한 2천 년 전의 보도를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일단 곤란합니다. 그들의 세계는 완전히 주술이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하늘의 권세를 잡은 이들이 있고, 땅속의 세계를 지배하는 악한 권세가 있다는 식으로 그들은 생각했습니다. 그들의 눈에 모든 질병은 죄의 결과였습니다. 심지어는 오늘의 의학적인 기준에서 간질이 분명한 병도 역시 귀신의 발작이라고 그들은 생각했습니다. 복음서의 귀신에 대한 보도도 역시 이런 주술적 세계관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거기서 어떤 과학적인 신빙성을 찾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성서의 귀신보도를 유치하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비록 과학적이지는 않지만 성서 기자들의 귀신 보도는 매우 심층적인 인간 이해에서 나온 것입니다.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악한 실체를 들여다본 것입니다. 첨단의 과학과 물질문명 가운데서 살아가는 오늘 우리에게도 역시 이렇게 인간 삶을 파괴하는 악한 힘들은 많습니다. 모더니즘 이후에 인간이 새로운 미래를 꿈꾸었지만 인간은 폭력과 파괴를 그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이라크, 팔레스타인에서 노골적인 테러와 살인사건이 그치지 않고, 최고의 문명국가 안에서도 크고 작은 귀신들의 폭력이 난무합니다. 그런 현상을 보면 분명히 귀신이라는 실체가 작용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인간이 이렇게도 끈질기게 생명 파괴적인 행동을 할 수가 있을까요?
이 문제를 조금 더 실존적인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우리의 내면에는 귀신이 자리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더러운 귀신 말입니다. 종교적, 도덕적인 교양을 갖추었지만 자신의 삶과 타인의 삶을 질식시키는 악한 영들이 우리 안에서 활발하게 운동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귀신들린 사람과 우리는 별로 차이가 없다고 보아야겠지요.

주님, 오늘 우리는 더러운 귀신들린 사람이 아닐는지요. 현대사회는 총체적으로 귀신들린 건 아닐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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