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어록(280) 13:14

내가 주와 또는 선생이 되어 너희 발을 씻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는 것이 옳으니라.

 

서로 발을 씻어 주는 것은 예수의 정언명령이다. 왜 그래야 하는지, 이를 통해서 얻어지는 유익이 무엇인지에 관해서 따지지 말고 무조건 지켜야 할 당위라는 말이다. 여기서 서로가 중요하다. 한쪽은 일방적으로 씻고 다른 한쪽은 일방적으로 씻김을 받는 게 아니다. 서로 섬기는 관계를 가리킨다. 이런 관계가 현실에서는 가능하지 않아 보인다. 직장에서도 부장으로 승진한 사람은 일반 직원을 부리고, 일반 직원은 부장을 섬겨야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위계질서가 강고해서 서로평등하고 호혜적인 관계를 이뤄낼 수가 없다.

마틴 부버(M. Buber)나와 너(Ich und Du)라는 책에서 나와 그것의 관계로부터 나와 너의 관계로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짚는다. ‘나와 그것의 관계는 상대를 자기와 분리하는 관점이다. 여기 야생화가 있다고 하자. 예쁜 꽃이다. 그것을 꺾어서 자기 집에 가져갈 수 있다. 그 사람에게 야생화는 즐거움을 주는 대상에 머문다. 여기 대학교수가 있다고 하자. 그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학기 말에 평가하여 학점을 준다. 그것으로 모든 관계는 끝난다. 교수에게 학생은 자신의 지식을 전달하는 대상일 뿐이다. 반면에 나와 너의 관계는 상대를 자기와 일치시키는 관점이다. 야생화를 보고 단순히 예쁘다고 여기는 게 아니라 야생화를 통해서 자기의 삶이 풍요로워진다는 사실을 인식한다. 그는 야생화와 분리되는 게 아니라 하나가 된다. ‘서로발을 씻어 주는 단계로 나아간 것이다.

서로 발을 씻어 주라는 예수의 발언은 제자들을 향한 것이다. 교회 공동체는 제자들이 모인 곳이니 구성원들은 서로 발을 씻어 준다는 자세로 살아야 한다. 이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각각의 상황이 다르니 일반화해서 말하기도 어렵다. 한 가지만 말한다면 교회에서 자기를 나타내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자기를 나타내다 보면 작은 의견 충돌로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 교회 안에서 진행되는 모든 역할이 다른 이의 발을 씻어 주는 것이라는 관점만 분명하다면 교회에서 불미스러운 다툼은 일어나지 않으며, 일어난다고 해도 쉽게 극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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