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6,480
물(物) 061- 새끼 고양이
매일 아침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길고양이 밥 주는 일이다.
많이는 안 주고
굶어 죽지 않을 정도만 준다.
5월22일 주일 아침에는
어미가 새끼 고양이 두 마리를 데리고 나타났다.
새끼를 밴 걸 알았기에
언젠가는 새끼가 등장하리라 기다렸다.
보통 서너 마리는 되는데
이번에는 겨우 두 마리다.
새끼들도 내가 주는 먹이를 먹기는 했으나
아직은 어미젖도 먹는다.
아래 자신은 원래 우리 집 길고양이 식구를 찍은 사진이다.
어미와 세 마리 새끼가 먹이를 먹고
아비는 식구가 다 먹기를 기다린다.
아비가 먹기 시작하면 다른 가족은 다 옆으로 밀려난다.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른다.
동물도 본래는 물(物)이니
나도 물이고,
따라서 물마저 거룩하다.
거룩하다면 사랑스럽게 살도록 노력해야겠지.
처음 등장 이후 오늘까지 며칠간
새끼 고양이들은 소식이 없다.
마지막 사진은 "음식, 물, 그들의 등을 비추는 빛, 보이지 않지만 잔털을 스쳐가고 있을 바람. 그리고 '함께' 먹는다는 행위"로 가득하네요. 고양이들의 성만찬 같습니다. 평온해보이네요. 만족하지 못하고 사는 저는 고양이들 앞에서 한없이 부끄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