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여행(2)

조회 수 1043 추천 수 0 2019.01.23 20:31:15

낙조

시간은 확인하지 않아서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대략 3시간 30분 만에 심방 목적지인 무안 망운면 목동1길에 도착했다. 마을 회관 옆에 차를 주차시키고 김정관 백은선 집사를 불러냈다. 우선 어두워지기 전에 낙조를 보려는 판단이었다. 내가 인터넷 지도로 미리 점찍어둔 곳은 조금나루 해수욕장이다. 우리를 맞는 김 집사 부부는 오래 전부터 낙조가 아름다운 장소를 여러 군데 물색해두었다고 한다. 평소에는 일상적으로 늘 낙조를 보기에 일부러 일정한 장소를 찾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손님들에게 멋진 풍경을 보여주기 위해서 품을 좀 팔았다는 것이다. ‘조금나루도 좋다고 했다. 10분이 걸리지 않고 도착할 수 있었다. 골프채를 45도 각도로 세워놓은 모양이다. 그립은 2시 방향이고 헤드는 8시 방향이다. 샤프트처럼 방죽이 이어진다. 조금나루에서 보면 사면이 바다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간조 때라서 갯벌이 드러났다. 아직 시간이 일러 일몰 풍경을 볼 수는 없었다. 그래도 바다와 섬과 모래와 하늘과 해와 구름 자체가 인간 조형능력을 초월하는 예술이어서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아쉬울 게 전혀 없었다. 나는 동해는 가끔 갔다. 동해 파도는 거친 반면에 남해 파도는 섬세했다. 파도가 물고기 비늘 같다는 시적 표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잠시 그곳에 머물다가 우리는 김정관 집사의 제안으로 완만한 구릉으로 이루어진 무안 들판의 해안로를 따라서 홀통해수욕장으로 차를 몰았다. 조금나루에서 북향 직선거리로 7.5킬로미터 떨어진 곳이다. 배를 타고 간다면 금방 닿을 거리이지만 차로는 Ɔ자 모양을 아래서 위로 돌아가야만 했다. 홀통의 바람이 셌다. 해는 아직 밑으로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낙조를 기어코 보려는 생각으로 카니발 안에 들어왔다가 다시 나갔다 하면서 대략 30분 머물렀다. 공교롭게 짙은 구름이 가리고 파도가 치는 바람에 전형적인 일몰 풍경을 감상할 수는 없었으나 그런대로 해가 지면서 자아내는 야릇한 기분은 느낄 수 있었다. 멀리 보이는 섬 뒤로 해가 꼴깍하고 떨어지는 걸 보고 차를 돌렸다. 돌아서 나오는 순간에 지는 해와 똑같은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바로 넘어간 해가 저기 다시 떴습니다!’하고 내가 외쳤다. 달이었다. 그 날이 대한이자 보름이었다.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옅은 구름 사이로 보니 해가 달이고, 달이 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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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나루의 풍경이다. 간조라서 갯벌 투성이다. 멀리 여러 섬과 육지가 보인다. 섬과 육지로 둘러싸인 탓에 파도가 잔잔하다. 아래는 홀통해수욕장 풍경이다. 조금나루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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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래사장이 살아있다. 조금나루도 원래는 모래사장이 좋았는데, 뚝을 쌓는 바람에 모래가 사라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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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통해수욕장의 평화로운 저녁 시간이다. IMG_1053.JPG

일몰이 시작되었다. 구름과 바람이 전형적인 낙조 풍경을 방해했다.  아래는 홀통을 돌아나오면서 본 보름달이다.  차를 세워놓고 나만 내려서 사진기에 담았다. 한 순간이 경우에 따라서 영원한 시간이 될 수도 있다.  보는 이의 눈에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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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관 백은선

20분 정도 차를 몰고 드디어 심방할 집에 들어섰다. 무안 인근을 지나면서 누구나 다 느낀 바이지만 들판 능선이 부드럽다 못해 아기자기하다. 이런 능선을 나는 유럽 여행 중에 자주 보았다. 저기에 밀이 자라거나 방목 소들이 있으면 완전히 유럽 풍경이다. 또 하나 특징은 흙이 붉은 황토라는 사실이다. 저 흙에서 양파와 마늘과 고구마와 양배추와 시금치가 자란다. 고구마만 빼면 나머지는 겨울 작물이다.

, 백 집사가 사는 집은 100년이 넘었다고 한다. 외지에서 살다가 연로하고 아프신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서 김 집사는 젊은 아내 백 집사를 설득해서 20년 전에 고향집으로 돌아왔다. 그 사이에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아이들도 다 커서 독립하여 지금은 진돗개 두 마리와 닭 네 마리와 부부만 산다. 집안 구석구석에 두 사람의 손길이 묻어 있다. 조경수는 탐이 날 정도였다. ‘산채라고 하던데, 친척의 산에서 가져와서 기른 나무다. , 진돗개가 온순하고 씩씩하게 철망으로 된 자기들 집에서 살고, 두 사람은 천정이 낮은 오래된 집에서 산다.

일곱 명이 둘러 앉아 간단하게 예배를 드렸다. 본문은 골 1:24-29절이다. 나는 여기서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 설명했다. 세상 사람들이 완전히 지려고 애를 쓰는 것과 우리 기독교인들이 완전하다는 것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거기 모였던 이들이 이미 이심전심으로 알고 있어서 길게 설명할 것도 없었다.

예배 후에 그 자리에서 밤 11시까지 먹고 마시면서 재미있는 대화를 나누었다. 간소하게 하라고 다짐을 해두었는데, 손이 워낙 큰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먹을거리가 너무 화려하고 많아서 감당할 수가 없었다. 숭어회를 다른 곳에서는 맛이 없다고 잘 먹지 않는데, 이곳 사람들은 겨울철에 가장 맛난 생선으로 먹는다고 한다. 굵게 썰은 숭어회를 이번에 실컷 맛보았다. 대화 중에 이들이 대구성서아카데미와 정 목사를 알게 된 계기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여기서 자세한 것은 줄인다. 미국의 어느 페친에게서 소개를 받았다고 한다. 말씀이 너무 갈급하던 차에 나의 책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다. 슬하에 딸, 아들을 두었다. 둘 다 대학생이다. 자립심이 강해서 부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외지에 나가서 공부한다. 딸은 종종 부모를 따라서 우리교회 예배에 참석한다. 집안에 서로 사랑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나무 판이 몇 개나 걸려있다. 딸 이름이 서로이고 아들 이름이 사랑이다. 심방이 있는 날이라서 딸과 아들을 참여시키려고 했는데, 이 날은 아이들이 돌아갈 때 아버지가 데려다 줄 수 없는 형편이라 오지 못했다고 한다. 김정관 집사가 젊은 시절에 풍류를 즐기던 사람이었다는 흔적이 집안 구석구석에 남아있었다. 이제 그런 게 다 쓸데없다는 걸 절감하고,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살면서 하나님에게 가까이 가는 일에 구도정진의 태도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렇게 첫째 날 밤이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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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100년 된 집에서 우리는 함께 호사스런 만찬을 받았다. 정신없이, 그러나 정겨운 마음으로 맛나게 먹고 난 뒤에 생선 매운탕과 오곡밥(?)이 나왔다. 오래 된 매실주는 주로 내가 마신 것으로 기억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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