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0일 자색 옷(5)

조회 수 4177 추천 수 0 2009.10.19 23:34:54
 

2009년 10월20일

자색 옷(5)


희롱을 다 한 후 자색 옷을 벗기고 도로 그의 옷을 입히고 십자가에 못 박으려고 끌고 나가니라.(15:20)


이제 군인들의 조롱이 끝났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몰랐습니다. 사형수에게 가하는 모욕 행위를 그저 기계적으로 따른 것뿐입니다. 그들은 양심의 가책을 전혀 받지 않았을 겁니다.

이게 비극입니다. 사람은 자기의 행하는 것을 판단할 줄 모릅니다. 특히 구조적인 악에서는 무기력합니다. 예를 들어서 미국의 노예제도가 그렇습니다. 노예를 부린 농장 주인들은 모두 믿음 좋은 청교도들이었습니다. 개중에는 물론 로마가톨릭교도들도 있었구요. 그들은 노예를 사람 취급하지 않으면서도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았습니다. 그 사회가 구조적으로 그것을 정당화했기 때문입니다. 개인이 그런 구조를 초월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그런 악한 구조에 빠져들지 않기를 기도해야겠지요.

군인들은 예수님에게서 왕을 상징하는 자색 옷을 벗기고 원래의 옷을 입혔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조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예수님에게 자식 옷을 입혔을 뿐입니다. 예수님은 그런 조롱의 대상으로만 다루어졌습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악한지 모르겠습니다. 죄수에게 더 큰 모욕을 주기 위해서 온갖 수단을 다 찾아낸 겁니다.

예수님은 여기서 아무런 반응도 없습니다. 빌라도가 예수님을 채찍질하게 내어주었다고 했는데(막 15:15) 실제로 채찍질을 했는지는 본문이 말하지 않습니다. 갈대로 머리를 치는 걸 채찍질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같은 영화에는 십자가에 달리기 전에 이미 예수님의 몸이 채찍에 맞아 피범벅이 되는 걸로 나오는데, 그것에 대한 사실 관계를 복음서에서 찾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그런 고통이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에서 핵심도 아닙니다. 모욕과 저주와 버림받음과 죽음이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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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9]유니스

2009.10.20 00:03:57

저 처절한 모욕적인 행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예수님을 조롱하기 위하여 설정한 자색 옷과 가시관이

그 분의 왕되심의 상징성을 다 해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치 불협화음이지만 그 곡의 테마를 서술하기 위하여

반드시 있어야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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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3]달팽이

2009.10.20 05:45:06

유니스누님의 예술적 감각..ㅋㅋ

저도 꼭 한편의 잘 짜여진 연극이 연상됩니다.

 

요즘 몇 일 파스칼의 팡세를 읽다가 새롭게 와 닿는 구절이 늘 저 자신을 새롭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일상 가운데 극히 사소한 일로 통해 몇 일 몇 밤을 분노와 절망속에 보내면서 죽음이 모든 것을

빼앗아길 것이라는 사실에 대하여 볼안도 동요도 느끼지 않는다, 즉 한 사람이 동시에 극히 사소한 일에

 대해서는 민감하고 극히 중대한 일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것을 도무지 알지 없는 일이다. 라고 말한 파스칼의 글이

귀에 쟁쟁하게 울려 퍼지네요.

 

하루가 시작되는 아침,

일상 넘어 이루실 그분의 세계에 민감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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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8]정성훈

2009.10.20 07:55:08

오늘의 구조악은 자본주의 특히 신자유주의가 아닐까요..

 

유니스님께서 말한  불협화음은 소설에서 '복선'에 해당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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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40]새하늘

2009.10.20 20:31:09

집단성에 마비되고 있는 우리의 양심이 부끄럽고 무섭습니다.

군인들의 집단성에 자기자신을 잃어 버리고, 폭력적인 집단으로 변질되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악의 수렁텅이 빠지는 모습들을 오늘 성경 귀절과 많은 역사적 증언들을 통해서 봅니다.

끝나고 나서의 자기가 저지른 악행에 대한 아픈 몸서림을 통해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오지만,

그가 짊어져야 할 정신적 고통은 누구에게 보상을 받을까요?

 

집단성에서 빠져 나와 개인의 존엄성을 찾는 것은 어렵습니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비일비재하기에 안타깝습니다.

 

시대적 통탈과 진리의 영이 우리에게 늘 내려주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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