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구원(46)
내가 1983-1985년 잠시 신학 공부를 했던 당시 통독 이전 서독에서는 외국인 학생에게도 값싼 의료보험과 킨더겔트(자녀 수당)와 싼 임대료로 들어갈 수 있는 소찌알보눙(Sozialwohnung, 사회주택)이 제공되었다. 외국인 학생에게도 독일 학생들과 똑같이 등록금이 없다. 이런 사회주의 정책은 기본에서 좌파적이다. 어려운 이들을 보살피는 정책은 그리스도교 정신에 가까운데도 한국교회는 ‘사회’라는 말만 들어가면 공산주의를 연상하는 좌파 딱지를 씌운다. 그들에게 좌파는 종북을 의미하기도 한다. ‘저놈은 종북 좌파 빨갱이!’라는 ...
교회 구원(33) [1]
성 오남용이라는 말이 나와서 한 마디 짚어야겠다. 요즘은 인터넷과 SNS의 무한정 발달로 성에 눈을 뜨기 시작하는 청소년들이 아주 쉽게 포르노나 유사한 영상에 접하게 되었다. 19금 장치가 있기는 하겠으나 그것으로 완전한 차단은 불가능하다. 여자 십대보다는 남자 십대에게 더 크게 영향을 미친다. 남자 청소년들은 성에 관련된 영상만이 아니라 별생각 없이 인터넷 게임에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게임에는 폭력적인 내용도 많을 것이다. 청소년들이 그런 게임에 노출되면서 전쟁도 일종의 인터넷 게임처럼 대할 수 있다. 전쟁...
교회 구원(24) [2]
롬 1:24-27 나는 앞에서 동성애 문제가 성경에 자주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약에서 가장 명시적으로 이 문제를 다루는 본문은 롬 1:24-27이다. 사실 바울의 편지에 나온다고 해서 모든 게 옳은 건 아니다. 당시에는 옳았을지 몰라도 오늘까지 다 옳은 건 아니다. 그는 가능한 한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지내는 게 낫다고 권면했다. 다만 정욕으로 견딜 수 없으면 결혼하라고 했다. 여성들은 교회에서 지도자가 될 수 없다고도 말했다. 한국의 어떤 교단에서는 여성을 목사로 세우지 않은 이유를 바울의 가르침에서 찾는다. 바울의 ...
교회 구원(57)
사람이 죄를 지어 타락한 것도 분명한 사실이기에, 그리고 실제로 세상에 악과 불행이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도 분명하기에 사람을 무조건 거룩한 존재로 보는 건 너무 순진한(naive) 생각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일종의 낙관적인 생각에 치우치면 타락한 세상과 교회가 구별되지 못한다고 말이다. 일리가 있다. 어떤 그리스도인에게 교회는 노아의 방주와 같다. 하나님의 심판으로 그려지는 대홍수에서 구원받으려면 노아 방주에 들어가야 했던 것처럼 악한 세상에서 구원받으려면 교회에 들어와야 한다고 선전한다. 내가 알기로 사이비 신...
교회 구원(15) [2]
지금 한국교회가 제자의 길을 제대로 걷는지에 관한 하나의 일반적인 대답을 찾기는 어렵다. 교회 사이에 차이도 크다. 세상에서 빛으로 드러나는 교회도 있고, 빛을 가리키는 교회도 있다. 다만 한국교회가 사회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본다면 전체적으로 제자의 길을 가지 못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최근의 설교 조사에 따르면 우리 개신교회가 불교나 로마가톨릭 교회보다 턱없이 낮은 점수를 받았다. 불교와 가톨릭을 좋게 평가하는 사람들이 50%라고 한다면 개신교회를 좋게 평가하는 사람들은 20%도 채 못...
교회 구원(59)
하나님으로부터의 소명을 경험하기 전에 하나님께서 창조한 세상의 거룩함을 경험해야 하는 이유는 그런 거룩함 앞에서만 자기가 얼마나 초라한 존재인지를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세도 신을 벗어야만 했다. 양을 치던 사람이 신을 벗으면 무기력해진다. 양을 돌볼 수가 없다. 포식자들과 싸울 수도 없다. 거친 들판을 제대로 걸을 수도 없다. 자신의 모든 능력을 포기하고 자기를 완벽하게 낮춰야만 한다. 두 팔꿈치와 두 무릎과 이마, 이렇게 신체 다섯 군데를 땅에 대고 절하는 ‘오체투지’ 영성인 셈이다. 가톨릭교회 사제들도 사...
교회 구원(35)
간음에 대해서 예수께서는 동성애에 관해서 일언반구도 없으셨다. 동성애만이 아니라 성 자체에 관해서도 많은 발언이 없었다. 성에 관한 예수의 생각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은 두 군데다. 한 군데는 마태복음 5장이며, 다른 하나 군데는 요한복음 8장이다. 1) 마 5:27-28절은 이렇다. “또 간음하지(μοιχεύσεις)말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음욕을 품고 여자를 보는 자마다 마음에 이미 간음하였느니라.(ἐμοίχευσεν)” 이 대목은 성서학자들이 반명제(反命題, Antithese)라고 부르는 단락에 속한다. 반...
교회 구원(61)
하나님이 창조한 자연의 경이로움에 대한 경험은 물리학이라는 전문 영역만이 아니라 우리의 소소한 일상에도 지천으로 널려 있다. 씨앗과 꽃의 관계만 보자. 해바라기 씨앗의 색깔과 모양은 단순하고 담백하다. 대단해 보이지 않는다. 씨앗을 반토막 내서 그 안을 보면 견과류에서 볼 수 있는 살점만 보인다. 그 씨앗이 땅에 심겨 일정한 조건 가운데서 시간이 지나면 전혀 새로운 형태로 변한다. 2미터 높이로 자란 해바라기꽃을 씨앗만으로는 상상할 수 없다. 우리는 일상에서 벌어지는 이런 변화를 밋밋하게 여긴다. 우리의 영혼이 경...
교회 구원(63)
철학자들은 “왜 유(有)는 존재하고, 무(無)는 없는가?”를 묻는다. 어떤 이들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는 질문으로 들리겠지만, 철학자들에게는 유와 무의 관계가 신비롭고 경이롭다. 신비롭다는 말은 그것의 실체를 우리가 여전히 모른다는 뜻이면서, 볼 눈이 있는 이에게 어느 정도 보인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는 앞에서 하이데거가 사물을 얼마나 경이롭게 보는지를 설명했다. 모든 사물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계의 구성물이니 경이로운 건 당연하다. 그중에서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으며, 또한 세상을 다스려야 할(창 1:26) 인간은...
교회 구원(39)
미국교회와 동성애 문제 2025년 2월2일 내가 설교 목사로 있는 다샘교회 주일 공동예배에 미국에서 오랫동안 목회하는 정 아무개 목사가 잠시 모국 방문차 고향인 대구에 내려왔다가 들렸다. 처음 뵙는 분이다. 그 목사가 목회하는 교회는 한인교회이면서 미국 장로교(PCUSA) 노회에 속했다. 미국의 주류 교단이다. 한인으로 구성된 교회가 미국 장로교 노회에 들어가는 일은 그렇게 흔하지 않고 쉽지도 않을 것이다. 미국교회 상황을 잘 아는 목사라서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았다. 식사 친교 시간에 잠시 대화를 나누면서 미국교회가 동성...
교회 구원(36)
2) 요 8:1-11절에는 공관복음에 없는 요한복음만의 독자 전승이 나온다. 현장에서 간통 중에 붙잡힌 여자에 관한 이야기다. 예수께서 성전에 들어오자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 음행 중에 잡힌 여자를 끌고 와서 가운데 세우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 여자가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잡혔나이다.” 우리말 성경이 3절에서 말한 음행이라는 단어와 4절에서 말하는 간음이라는 단어는 헬라어로 똑같이 μοιχείᾳ(adultery)이다. 간통이라고 해야 자연스럽다. 그들은 레 20:10과 신 22:22를 근거로 ‘이 여자를 돌로 칠까요?’라고 묻는다. 예수...
교회 구원(65)
서양철학만이 아니라 동양철학도 존재의 신비를 화두로 삼는다. 노자의 도덕경 첫 문장이다. ‘도가도 비상도 명가명 비상명’ 道可道 非常道 名可名非常名. ‘도를 도라고 부르면 본래의 도가 아니고, 이름을 붙이면 이미 이름이 아니다.’라는 뜻이다. 인공지능에만 익숙한 사람들은 도덕경이 말하는 이 도를 말장난이라고 여길지 모르겠다.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이라는 말도 있다. 실체로 존재하는 색의 세계가 곧 비어있는 공이고, 비어있는 공의 세계가 곧 실체인 색이라고 말이다. 봄이 되면 나무에서 잎이 나오고,...
교회 구원(62)
일상의 거룩함과 경이와 신비를 가장 깊이 있게 느끼는 이들은 철학자와 시인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설교자는 이 두 역할을 합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되려면 끊임없이 철학자와 시인의 경험을 배워야 한다. 하이데거는 사물(Ding)을 가리켜서 사중자(四重者, Gevierte)의 회집(會集, Versammlung)이라고 보았다. 사중자는 땅과 하늘과 신성과 죽을 자다. 여기 포도주잔이 있다. 잔에는 포도주가 담긴다. 포도주는 포도가 발효된 액체다. 포도를 맺은 포도나무는 땅에 뿌리를 내린다. 하늘의 태양 빛과 비를 선물로 받는다. 포...
교회 구원(66) [1]
대표적으로 시인들은 이런 존재의 빛과 그 신비를 일상으로 경험하는 사람들이다. 문단에 등단한 전문 시인만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도 시인의 시각과 감성으로 살아갈 수 있다. 서정주 시인은 ‘국화 옆에서’ 이런 노래를 불렀다. 앞의 두 연만 보자.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시인의 영혼에서 국화꽃과 소쩍새의 울음이, 그리고 국화꽃과 천둥소리가 신비롭게 연결되었다. 물리학적으로는...
교회 구원(64)
왜 유는 존재하고 무는 없는가, 하는 질문은 다음을 가리킨다. 나무는 존재하고, 내가 사는 마을에 종종 나타나는 고라니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데 나무와 고라니 중간쯤 되는 어떤 것은 없다. 그것은 무(無)다. 바위는 존재하고 강물도 존재하는데, 바위와 강물 중간쯤 되는 어떤 것은 없다. 왜 없는가? 없으니까 없다고 말하면 이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바로 앞에서 인간 존재가 특별하다고 말했다. 인간이 지구에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었으나 존재하게 되었으니 특별할 수밖에 없다. 지금의 인간과 비슷한 어떤 동물이 없다. ...
교회 구원(69)
한국교회의 일반 그리스도인이 성소수자를 비판하는 이유는 그들의 성적 행위가 죄이기에 그런 행위에서 돌이키지 않으면 구원받지 못한다는 확신이 강력하게 작동한다는 데에 있다. 이를 영혼 구원에 대한 유별난 열정이라고 말해도 좋다. 하나님이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을 구분해서 착한 사람은 천국에 보내고, 나쁜 사람은 지옥에 보낸다는 이중적 구원 표상에 묶인 것이다. 극단적으로는 ‘예수 천국, 불신 지옥’ 표어를 가슴에 새긴다. 칼뱅의 이중 예정에 대한 오해가 이런 표상을 불러왔다. 눅 16:19-31에는 부자와 거지 나사로 ...
교회 구원(71)
하나님의 이름 우리는 지금 ‘거룩한 공교회를 믿는다.’라는 사도신경의 한 문장을 따라가는 중이다. 교회의 구원은 교회가 교회다워지는 데에 있으며, 교회의 교회다움에서 가장 중요한 토대는 바로 ‘거룩한 공교회를 믿는다.’라는 문장에 들어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회 자체가 거룩한 건 아니다. 교회의 역사에서 거룩하지 않은 행태는 자주 나타났다. 교회가 거룩하다는 말은 하나님과 그리스도와 성령이 거룩하다는 사실을 전제한다. 거룩하신 삼위일체 하나님과 결속될 때 교회는 거룩하다. 교회가 거룩하지 않다고 느...
교회 구원(67)
신앙의 형식과 내용 성경은 시인의 영혼으로 읽어야 그 내용까지 이해할 수 있다. 성경 내용과 기독교 교리는 사실 언어가 아니라 주로 메타포 언어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말씀하셨다.”라거나, “천사가 그들에게 나타났다.”라는 표현이 그런 것들이다. 예수께서도 하나님 나라를 비유로 말씀하지 않으셨는가. 메타포와 상징과 비유가 가리키는 실질적인 내용을 모르기에, 즉 시를 시로 읽을 줄 모르기에 많은 교회 지도자와 그리스도인들이 주먹구구식으로 성경을 읽고 독단적인 구원론을 설파한다. 그런 방식으로는 영혼의 만족을 얻...
교회 구원(68)
한 가지만 예로 들어보자. 우리에게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대신하여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심으로써 인류가 죄를 용서받고 구원받게 되었다는 신앙이 있다. 우리를 대신하셨다 하여 이를 대속론이라고도 한다. 이게 사실은 말이 되지 않는 논리이다. 여기 살인자가 있다고 하자. 그는 사형 선고를 받을 수 있고, 무기 징역 선고를 받을 수 있다. 그의 어머니가 대신하여 죽을 수는 없다. 우리가 죄를 지었으면 우리가 벌을 받는 게 논리적으로 옳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해서 외아들을 보내셨고 죄 없는 자기 아들을 십자가에서 죽...
교회 구원(70)
인간 실존의 어두운 심연을 경험한 사람은 자기를 극히 낮춘다. 당연히 낮출 수밖에 없다. 현재 자기가 존재한다는 사실 마저 두렵고 떨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오체투지의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는 실존적 심연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만이 하나님을 거룩하신 분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요 12:1-8절에는 예수 앞에 엎드려 그의 발에 향유를 붓고 자기 머리털로 예수의 발을 닦는 마리아 이야기가 나온다. 그가 들고 온 향유는 고가품이다. 결혼 지참금으로 부모가 마련해준 게 아니겠는가. 가룟 유다는 그녀를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