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9일- 말의 힘

조회 수 4079 추천 수 35 2006.05.19 23:29:15
2006년 5월19일 말의 힘

예수께서 이르시되 나를 따라오라. 내가 너희로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 하시니 (막 1:16)

예수님은 그물을 던지고 있던 시몬 형제들을 보시고 이렇게 말을 거셨습니다. “나를 따라오라.” 예수님이 구체적인 사람을 보고 말씀하신 첫 장면입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셨다는군요.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이 소리를 내어 말씀하셨답니다.
인간은 언제부터 말을 하게 되었을까요? 이를 위해서는 고고학의 도움을 받아야하겠지만, 우리는 정확한 시대를 알 필요가 없으니까 대신 신생아를 보면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를 어느 정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어머니의 몸에서 처음 떨어져 나왔을 때 신생아에게 가장 중요한 생명 현상은 숨 쉬는 것과 우는 것입니다. 그 이전에는 모든 생명의 조건을 탯줄을 통해서 공급받았기 때문에 어머니 배속에서는 이런 기초적인 것도 필요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신생아의 울음소리는 아직 말은 아닙니다. 그건 단지 그 아이가 숨을 쉬고 성대가 정상적으로 작동된다는 표시에 불과합니다. 요즘 우리교회에도 신생아들이 있어서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데, 아이가 말을 배우려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물론 성격이 급한 엄마들은 자기 아이가 아직 멀었는데도 이미 엄마와 아빠를 말할 줄 안다고 믿고 있더군요.
왜 말 배우기가 이렇게 힘들까요? 말은 존재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말은 자기 혼자서는 가능하지 않은, 어떤 대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할 경우에만 나오게 되는 생명현상입니다. 그러니까 신생아들은 아직 그런 인식이 없기 때문에 말을 할 수 없습니다. 물론 성대작용도 따라주지 않겠지만요. 그러다가 차츰 엄마와 아빠라는 대상을 인식하게 되면서 말을 배우게 됩니다. 그 대상의 범위가 늘어나면서 그 아이의 언어는 매우 빠르게 발전합니다.
우리의 옛 조상인 유인원들이 언제부터 구체적인 언어를 구사하게 되었는지는 지금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위의 신생아에서 볼 수 있듯이 언어 사용이 그렇게 오래 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언어가 시작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요즘과 같은 풍부한 어휘로 발전하기 까지는 꽤나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을 겁니다. 간혹 침팬지에게 말을 가르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 효과는 아무 미미합니다. 왜냐하면 침팬지의 존재에 대한 인식의 깊이가 아직 미숙하기 때문입니다. 언어학자도 아닌 사람이 주제넘은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이 문제는 줄이고, 성서 텍스트로 돌아가야겠습니다.
예수님이 구체적으로 시몬 형제에게 말을 거셨습니다. 이건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동시에 위대한 사건이기도 합니다. 즉 예수님과 시몬 형제 사이에 어떤 엄청난 사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의미입니다. 예수님의 말이 이제 시몬 형제의 삶에 전혀 새로운 의미를 불어넣게 됩니다. 그게 곧 말의 존재론적 힘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서로 말을 건네면서 살아갑니다. 그런데 대다수의 말들은 쓰레기일지 모릅니다. 저를 포함해서 수많은 설교자들의 말도 역시 쓰레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 말에 존재론적 능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저 자신을 내세우기 위해서 친구를 부르고, 설득할 뿐이지 존재의 힘을 담아내지 않습니다. 잘 생각해 보십시오. 오늘 하루도 우리는 어떤 생각으로 많은 말들을 쏟아냈을까요? 생명과 진리, 희망과 사랑의 능력을 우리의 언어에 담아냈을까요? 예수님이 시몬 형제들에게 말을 걸었듯이 말입니다.
그리스도교는 언제부터인가 말의 힘을 상실했습니다. 교회가 쏟아내는 언어에 세상은 무관심합니다. 생명을 담은 우리의 언어가 세속적인 그들에게 낯설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언어가 우리의 욕망을 담아내기 때문이 아닐까요? 생각해보십시오. 자신들의 평화 지향적 신앙의 실천을 위해서 합법적인 군 대체 복무를 원하는 소종파 종교인들을 반대하는 그리스도교의 주장이 과연 생명을 담고 있는 언어일까요? 이런 문제는 제가 여기서 일일이 거론하지 않겠습니다.
예수님이 시몬 형제를 향해서 말을 걸었던 그런 언어 사건이 오늘 우리에게 시급합니다. 이건 그렇게 난해한 신학적 사유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은 결코 아닙니다. 말을 쏟아내고 있는 우리의 영혼이 진리의 영에게 열려있는가 아닌가에 달려 있겠지요. 혹은 사랑의 영에게 열려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한 마디 더 해도 될까요? 이것은 성령과의 관계에 달려 있습니다. 즉 생명의 영과의 관계입니다. 자기 자신의 닫힌 영이 아니라 진리로 열린 성령이 핵심입니다. 예수님은 바로 그렇게 성령과 일치하신 분이었기 때문에 그의 말은 곧 인간을 살리는 구원 사건이 될 수 있었습니다.
오늘 저의 말이 너무 관념적으로 들렸는지 모르겠군요. 마지막은 아무래도 구체적이어야겠네요. “할 말, 안 할 말, 가리면서 하자!”

주님, 우리의 말이 생명의 영과 연결되기를 바랍니다.  

[레벨:18]은나라

2016.07.19 15:23:28

목사님의 묵상글을 읽다보니.. 진리의 영, 생명의 영이 내게 말을 거는거 같군요.ㅎ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16.07.19 21:53:24

정말 생명이 영이 말을 거는 것처럼

어떤 느낌이 오나요?

은나라 님의 영혼이 경직되지 않았다는 증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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