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달력

조회 수 4380 추천 수 0 2014.01.01 23:39:45

 

1월1일(수)

 

새해 달력

 

내 책상 왼편은 창문이다.

창문 옆에 새해 달력을 걸었다.

한독약품에서 나온 달력이다.

지난 주일에 대구샘터 교우 한분이 선물로 주신 거다.

앞으로 일 년 동안 내 눈길을 자주 끌게 될 달력이다.

1월 그림이 그 유명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이다.

그림 아래 설명을 보니 우피치 미술관 소관이다.

중간에 있는 여자가 비너스인가본데,

또는 이브인지도 모르겠으나,

표정이 야릇하다.

무심한 듯 어디를 바라보고 있다.

아니 초점을 잃은 건지도 모른다.

 

1월(January)은 두 개의 머리를 가졌다는,

로마 신화에서 문의 수호신으로 불린 ‘야누스’에서 온 이름이다.

로마 사람들은 문을 이중으로 보았다는 말이다.

문은 앞면과 뒷면이 있다.

들어갈 때의 앞면과 나올 때의 앞면이 다르다.

1월은 새해로 들어가는 달이기도 하지만

지난 12월에서 나오는 달이기도 하다.

시작은 끝이고, 끝은 시작이다.

세월은 이렇게 이중적이다.

 

2014년이 시작됐다.

금년에도 역시 나에게는 꿈이 없다.

그냥 일상에 충실할 뿐이다.

숨 쉬고, 먹고, 배설하고,

설교하고, 글 쓰고, 강의 하고...

이런 일상을 통해서 뭔가를 이루어야겠다는 목표의식,

이런 게 나에게는 없다.

그런 목표가 있어봤자 그대로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게 이루어진다 한들 그게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는가.

언제부턴가 내 삶에서는 목표가 없어졌다.

 

꿈이나 목표는 없으나

설교에 더 충실해야겠다는 생각은 분명하다.

이게 쉽지 않다.

아마 죽을 때까지 아쉬움이 끝나지 않을 것이다.

성경 텍스트에 더 충실할 것,

성령에 더 철저히 의존할 것,

집중력을 놓치지 말 것,

정말 중요한 것은 힘을 더 뺄 것.

설교만이 아니라 모든 부분에서

금년 한해는 힘이 더 빠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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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6]바이올렛

2014.01.02 10:46:23

아 목사님! 정말 마음에 와 닿습니다.

저도 목표없이 살아갑니다.

지금생각해보면 전혀 제 인생의 목표하고 상관없는

자리에서 일을하며 살아가고있습니다.

올해도 다만 하나님의 섭리에 휩쓸려

순종하며 살고싶습니다.

저는 어제 초하루부터 개인적인 일이있어서

학교에 나와있습니다.

새해에도 더욱건강하시길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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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4.01.02 22:47:22

바이올렛 님은 나이가 들어도(나와 동년배)
늘 우아한 모습으로 살고 계시니 보기에 좋습니다.
하나님의 섭리와 순종을 생각하고 계시니
올해도 풍성한 삶이 주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먼 길 운전 조심하시고,
주일에 뵙겠습니다.

[레벨:8]쩡쩡이

2014.01.02 14:20:13

ㅎㅎ 저도 꿈과 목표가 없어진지 오래 된것 같습니다...
잠들기전이나 월초,새해가 되면 '아....또 어떻게 살아내지ㅜ'하는 생각이 맘 한켠으로 무섭게 공격해 들어 옵니다.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긴하나 때론 이 긴장 관계에 놓여진 그리스도인의 삶이 통째로 귀찮고 싫은 날도 있습니다.내일은,내년 쯤이면 나도 힘을빼고 더 성령께 예민해져서 더 부드럽고 가벼운 삶을 살겠지?하고 기대하며 어둡고 무서운 터널을 재빨리 빠져 나오곤 합니다.
내년에도 여전히 목사님의 설교를 기대 합니다.미사여구 없어도 살아 있는 설교를 매주 듣고 예배를 드릴 수 있다는건 큰 축복입니다.교인 모두에게 매주 드리는 예배가 전쟁의 포화 속에서 드리는것 같은 귀한 예배로 여겨 지게 되기를 간절히 바래 봅니다.
그리고 저희 형부처럼 절기에 맞춘 설교를 첨 접하고 감동하고 하나라도 놓칠까봐 한 페이지 넘기기도 아까워 하는 독자도 생기니 더 설교에 힘을 쏟으시라고 주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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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4.01.02 23:00:03

쩡쩡이 님은 단순히 모태신앙일 뿐만 아니라 
기독교 명문가의 자녀로 살아온 탓에
'그리스도인의 삶'이 어느 정도 고착되어 있는 것 같군요.
무의식적으로 율법주의의 무게에 눌려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터널을 재빨리 빠져나오곤 하신다니
앞으로는 그런 터널 안으로 아예 들어가지 않게 될 겁니다.
이번 대글에도 또 표절 비슷한 구절이 들어 있네요.
'전쟁의 포화 속에서 드리는 것 같은 귀한 예배...' 음.
여기에 엄청난 의미가 들어 있을 텐데요.
알고 계시겠지요? ㅎㅎ
페이지 넘어가는 게 아까운 심정이 무엇인지 제가 잘 알고 있긴 한데
제 설교집을 그렇게 읽는 분이 계시다니 놀랍고, 
또 처음 든는 말이라 어리둥절하군요.
담임목사에게 새해에 주는 덕담으로 알고 감사하게 생각하겠습니다.
주의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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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5]웨하스의자

2014.01.03 13:35:34

목사님...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를 목사님댁 달력에서 보다니~ 그러나 그림을 축소했음 좋았을텐데
잘린 부분이 안타까워요. 플라워 패턴의 담요를 덮어주려는 요정이 보이질 않네요.
왼쪽 오른쪽 부분이 절사되어 작가가 표현한 작품중  비너스만 제대로 보입니다.

목사님 저희 집에는 신문이 2종류가 옵니다. 그중 저는 교직원공제회서 오는 공제회 신문을 너무 기다립니다.
그 이유는 건국대 이주은 교수님이 화가이야기를 단편적으로 스토리화해서 담아주십니다.
언제부턴가 빵을 먹다보면  샤르댕의 브리오슈가 있는 정물화를 생각하게 되고
그분 덕분에 다시 미술사를 배우는것 같습니다..

저두 목표의 방향을 잠시 정지한듯 합니다.
아마도 아이를 키우는 현실탓이겠지요..
그러나 제가 좋아하는 부분만 봐지는 눈과 마음을 어찌하면 좋을까요?.

어느 그림에선가 목욕하는 아이가 홀로 욕조에 누웠는데
그 작품성보다 언어의 유희에 미소 지었습니다.
' 때를 불리는 중이다. 나는 때를 기다린다. '
물만 담은 욕조에서 아이가 때를 불리다 때를 기다리듯 우리 삶에도 때! 라는 것이 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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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4.01.03 18:04:34

웨하스 님의 안목이 대단하군요.
저 작품의 잘려나간 부분까지 짚어내다니요.
달력을 만든 분이 왜 저렇게 작업했는지, 딱하군요.
오늘 덕분에 많은 걸 배웁니다.
때가 바로 그 때를 가리키기도 한다는 걸요.
때를 기다린다는 것은
하나님을 따르는 사람들의 영적 특징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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