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번 집회를 이끈 분들의 진정성 자체를 부정하고 싶지 않다. 그들은 실제로 동성혼 합법화로 인해서 교회와 가정과 대한민국이 무너진다고 확신하는 분들이다. 이런 확신이 오히려 위험하다. 자칫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세기 마녀사냥이 그랬고, 히틀러의 나치즘이 그랬다. 극단적인 확신은 종종 광기로 변한다.
이번 ‘200만 한국교회’ 예배 모임을 통해서 차별금지법을 막아내려 한 한국교회 모습은 그 집회 한 달쯤 후인 2024년 12월 3일 야밤에 선포된 비상계엄과 비슷하다. 차별금지법을 반대한다는, 실제로는 동성애를 척결해야겠다는, 최소한 동성혼 합법화를 막겠다는 열정으로 200만 연합예배를 실행한 한국교회 지도자들이나 반국가 종북 좌파 세력에 의해서 누란에 떨어진 대한민국을 살리겠다는 열정으로 군사력을 동원한 대통령이나 판단력에서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만약 동성애 문제가 자신들이 보기에 순교를 각오하고 투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왔다고 하더라도 그리스도교의 신앙적 진정성이 확보될만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과정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포함된다. 동성애 문제를 주제로 공개 심포지엄을 여러 차례 거쳐야 한다. 또는 각 교단이나 연합체 이름으로 ‘조사 연구 위원회’를 조직해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깊이 있게 조사 연구해야 한다. 여기에는 신학자, 의학자, 사회학자, 법 전문가 등등이 참여한다. 특히 동성애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야 한다. 교회 연합회에서 주관해도 좋고, 티브이 방송국에 맡겨도 좋다. 외국 교회의 사례도 살펴봐야 한다. 하나님의 창조와 섭리를 믿는 사람들이라면 아무리 불편한 주제라고 하더라도 난폭한 힘으로 몰아붙이기 전에 솔직한 대화를 나눠야 하는 게 아닌가. 동성애를 비판하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말도 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 나는 한국 신학자들이 이 문제를 주제로 신학 논문을 썼다거나 책을 집필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내가 관심 있게 살펴보지 않아서 그렇지 어딘가에서 그런 논문이나 저서가 있긴 할 것이다. 외국 신학자들의 책은 물론 많다. 목사들이 신학적으로도 그렇고 사회적으로도 예민한 주제를 다룰 때는 반드시 신학적인 검증을 거쳐야 한다. 이번 집회 전후에 대한민국 신학자들은 입을 다물었다. 지지하는 일부 신학자들의 발언이 있었을지는 몰라도 반대하는 신학자들의 발언은 찾아볼 수 없다.
십자군 전쟁과 마녀사냥은 정말... 입이 100개라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기독교 죄악상입니다.
퀴어신학이나 퀴어성경 같은 것이 있어요. 하지만 철저하게 한국 주류 기독교에게 외면받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