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포지엄을 비롯한 각계 각층의 의견을 종합하는 과정을 거쳐서 결국에는 어쩔 수 없이 한국교회가 동성애를 반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하자. 다음 단계로는 대규모로 광장에 모여 보여주기식의 ‘큰 기도회’가 아니라 골방에서의 작은 기도회가 필요했다. 각 교단 총회장과 대표 감독을 비롯한 임원단들이 ‘티 내지 말고’ 일주일 금식기도회라도 열었어야만 했다. 지도자들이 기도의 모범을 보이면 개별 교회에서도 신자들이 이 문제로 기도회를 열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허락해 달라고, 법을 제정하는 사람들이 바른 판단을 내리도록 이끌어 달라고, 교회가 먼저 새로워지게 붙잡아 달라고 기도해야만 한다. 충분히 대화하고 연구하며 기도한 다음에 자신들의 생각을 사회에 공개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는데도 그런 과정을 생략한 채 느닷없이 200만이라는 숫자로 자기 힘자랑을 한 것이다. 십자가에 처형당한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는 교회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일이 이번에 일어났다.
나는 지금 대형 집회 자체를 무조건 잘못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나서야 할 때는 나서야 한다. 앞에서 짚은 것처럼 뭔가에 쫓긴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믿음의 형제인 로마가톨릭 교회와의 대화도 시도했었어야만 했고, 정교회와 불교와의 대화도 필요했다. 더 나아가서 이를 주제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여러 종교 간의 대화 자리도 마련했었어야만 했다. 대한민국 사회가 이 문제를 어떻게 대처하고 처리할지를 기다리는 인내심도 필요했다. 내가 보기에 이 문제보다 더 시급한 것은 남북 분단 체제와 기후 위기와 21세기 바알숭배라 할 퇴행적 자본주의 문제다. 그들이 나라와 가정과 교회를 허문다고 주장하는 동성애보다도 천박한 자본주의가 우리의 영혼을 훨씬 더 피폐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정작 한국교회가 저항해야 할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참고 기다려야 할 문제에 대해서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 공동체가 교회라는 사실이 민망하다. 앞으로 오랫동안 한국 사회는 개신교회를 종교적 근본주의와 독단주의에 떨어진 미몽 집단으로 여길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가 떨어지는 중에 이번 <1027 집회>가 박차를 가한 사건이 되지 않을까 심히 걱정스럽다.
이미 '차별법'은 국회에서 비슷한 법안까지 합하면 9번이나 부결되었기 때문에
또 상정된다해도 거의 100% 부결됩니다. 그러니 200만명이나 모일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동성애문제는 그냥 표면적인 이유이고 대규모 힘 자랑(?)한 것은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로잔대회2024에 상대적으로 소외된 진영에서 급하게 급조한 대회라고 합니다.
동성애문제가 200만명이 모여야 할 만큼 급박한(?) 일은 아니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