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과 김정일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북한의 세습 왕조 행태는 21세기 어떤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기이하다. 아무리 북한과의 대화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라도 이런 북한 체제 자체에 동의하지는 못할 것이다. 북한을 지배하는 당은 공산당이 아니라 ‘조선노동당’이다. 형식적으로는 다른 이름의 당이 있을지 몰라도 실제로는 조선노동당 1당 유일 체제다. 김정은의 세습 권력 체제와 조선노동당의 1당 체제가 못마땅하다고 해서 정치적 좌파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사실 북한 김정은 체제를 좌파라고 할 수도 없다. 좌파는 말 그대로 역사를 개혁하려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간략하게 말해서 좌파는 분배에 무게를 둔다면 우파는 성장에 무게를 둔다. 좌파는 평등에 무게를 둔다면 우파는 경쟁에 무게를 둔다. 좌파는 사회 공동체에 무게를 둔다면 우파는 개인의 자유에 우선적인 가치로 둔다. 유럽에서는 좌파를 사회주의라고 한다.

독일에서 집권당이 되었다가 야당으로 떨어지기도 하는 당이 SPD이다. 집권당이라고 해서 연방의회를 완전하게 장악하지는 못한다. 그 나라는 기본적으로 다당제가 안착되었다. 연방의회 선거에서 1당이 되면 다른 당과 연합 정부를 꾸린다. ‘에스페데’는 Sozialdemokratische Partei Deutschlands(독일 사회민주당)의 이니셜을 딴 이름이다. 스펙트럼은 중도 좌파다. 여기 대표적인 정치인은 1971년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빌리 브란트, 한국인 여성과 재혼한 게르하르트 슈뢰더, 현재(2025년 3월1일) 9대 연방 총리인 올라프 숄츠 등이다. 지난 2월23일에 있었던 연방의회 선거에서 중도 우파 성향의 CDU(기민당)와 CSU(기사당) 연합 정당이 28.52%로 208명의 연방의회 의원을 확보해서 승리했고, 극우 성향의 AfD(독일을 위한 대안)가 20.8%(152명)로 2위를, SPD는 뚝 떨어진 16.41%(120명) 지지율을 얻었다. 곧 총리가 바뀔 것이다. 참고로 녹색당(GRÜNE)은 11.61%(85명)를, 극좌인 Die Linke는 8.8%(64명)를 얻었다. 그 나라는 말 그대로 이념을 중심으로 극좌에서 극우까지 당이 갈린다. 유럽에서는 녹색당의 세력이 만만치 않은데, 우리나라에서는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남북 분단 체제가 정치 발전을 가로막는 블랙홀과 같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반이민 정서가 이번 독일 선거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지 유럽에는 좌파 정당이 나름 역할을 감당함으로써 사회의 건강성을 잃지 않는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