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장로교회(PCUSA, Presbyterian Church in USA)는 2011년 219차 총회에서 목사, 장로, 집사가 되려면 “남자와 여자 간 결합인 결혼을 했거나 독신일 경우 순결을 지켜야 한다.”라는 교단 헌법 규정을 삭제하고, 동성애자도 목사 안수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었다. 2014년 총회에서는 결혼에 대한 정의를 ‘한 남자와 한 여자’에서 ‘두 사람의 결합’으로 변경했고, 2015년에는 동성애자들의 결혼을 인정하는 교회 헌법 개정안을 승인했다. 동성애 문제에 우호적인 견해를 보이는 미국 내 교단은 그리스도 연합교회(The United Church of Christ), 미국 복음주의 루터교회(The Evangelical Lutheran Church in America), 성공회(The Episcopal Church) 등이다. 늘 보수적인 경향을 보이는 침례교회는 제쳐두고, 미국의 대다수 주류 기독교는 동성애를 인정하는 편이고, 비주류 기독교는 반대하는 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류와 비주류 할 거 없이 모든 교단이 동성애 문제에서 단호하다. 그만큼 우리나라 교회는 좋게 봐서 순수하고, 정확하게 봐서 독선적이다. 남의 말에 귀를 닫는다. 그러니까 모든 교회가 총동원되어서 아무런 반성도 없고 부끄러움도 없이 <1027> 대중 집회를 개최하는 게 아니겠는가.

나는 동성애자들을 교회가 무조건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100% 옳다거나, 거부해야 한다는 주장이 100%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하나님의 창조 신비와 비밀을 다 알지 못하듯이 인간의 성(性)에 관련해서도 지금까지는 다 아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 교회는 천동설이 옳다고 주장했고, 진화론을 아예 부정했다. 이제는 어떤 그리스도인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연과학을 거부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교회는 세상에서 크게 불신받게 되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을 포함하여 세상 모든 사람은 세상과 우주와 인간과 모든 생명 현상을 조금씩 더 알아가는 중이다. 알아가면서 이전의 오류는 고치면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견해가 다른 서로가 열린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미국교회는 최소한 대화를 통해서 각각의 교단이 처한 삶의 자리에서 나름 최선의 답을 찾았다. 나중에 또 어떻게 달라질지는 모른다. 미국교회와 달리 우리 한국교회는 무엇에 쫓기듯이 한쪽을 일방적으로 제압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왜 그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