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당일기(333)- 존재의 신비

조회 수 1387 추천 수 0 2024.10.02 18:57:47

나는 요즘 하루에도 몇번씩 집을 한바퀴씩 돈다. 텃밭에서 자라는 무와 배추를 돌보기도 하고,

뒷마당 감나무에서 떨어진 감을 줍기도 하고, 그냥 좁은 뒤꼍을 돌면서 눈에 들어오는대로 본다.

오늘 뒤꼍을 도는데 잡풀 더미에서 갑자가 새로운 색깔이 확 눈에 들어왔다. 처음 보는 보라색 꽃이다.

아마 잘 알려진 꽃이겠지만 내 기억에는 남아있지 않다. 사진으로는 느낌이 잘 전달되지 않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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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편에 어떤 '날것'이 꽃에 정신을 팔고 있다. 기온이 뚝뚝 떨어지는 이 순간에 저 '날것'은 무슨 이유로

향기도 없는 저 꽃에 집중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래도 아름답다. 모든 존재하는 것들은 아름답다.

2024년 10월2일 늦은 오후에 저런 색깔로 피어 있는 꽃이나 그 꽃과 하나가 되려는 '날것'이나 

모두 존재의 신비 자체다. 이 순간에 왜 저런 형태를 이룰 수밖에 없는지를 누가 계산해낼 수 있겠나.

누가 예상할 수 있었나. 욥이 자신의 무지를 고백한 이유가 바로 존재의 신비를 깨닫게 된 데에 있었다.

우리는 소소한 일상에서도 늘 아득한 존재의 신비를 만난다. 

10.1.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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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43]웃겨

2024.10.02 22:44:16

소소항 일상에서 만나는 존재의 신비...!

저도 오늘 마당에 서서 햇살을 받으며 왠지 모르게 가슴이 설렁거렸는데

존재의 신비로움 때문이었나봅니다.

햇볕이 부쩍 옅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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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24.10.04 21:56:47

햇살 한줌만으로 가슴이 설레일 수 있다면, 뭣이 부럽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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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최용우

2024.10.03 14:18:54

와.. 세상에, 곤드레 만드레 할때 그 곤드레꽃이에요. 어떻게 곤드레꽃이 목사님 마당에 있지요? 

언듯 보면 '엉겅퀴'같은데 맞아요 엉겅퀴인데 '고려 엉겅퀴'라고 우리나라 토종입니다  그래도 '곤드레'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부르죠. 일반 엉겅퀴 보다 조금 작고 나중에 노파가 하얀 머리를 풀에 헤치는 것처럼 하얀 포자가 퍼집니다. 

목사님 마당에는 별게 다 있네요.  아득한 존재의 신비가 맞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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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24.10.04 21:59:51

최용우 님은 대단하네요. 저꽃 이름을 밝혀내다니요.

지난 봄에 심은 나물 이름을 확인해보니 곤드레가 있네요. ㅎㅎ

온갖것들이 지저분하게 자라서 실제로 곤드레잎을 먹어보지는 못했습니다.

제 아내가 저런 것에 너무 관심이 없답니다. 

나도 흉내만 내고 마음과 시간을 많이 제공하지 않으니 

저 친구들이 푸대접을 받는 거지요.

그런데 갑자기 저런 꽃을 피우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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