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6,660
하나님을 믿거나 경험하거나 인식한다는 게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평생 하나님을 주제로 공부하고 설교한 신학자이자 목사인데도
나는 여전히 하나님에 관한 질문을 쉬지 않는다. 아니 쉬지 못한다.
그래서 책 읽고, 생각하고, 글 쓰고, 설교하면서 배우는 중이다.
요즘 읽는 책 중의 하나는 판넨베르크의 <신앙과 현실>(박영식 역)이다.
92쪽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하나님은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과는 전적으로 다르다.'라는 말은
하나님을 하나도 모른다는 말이 아니라 일부만 안다는 뜻이다.
죽어야만 하나님을 경험할 수 있다는 말이 이런 뜻이다.
바르트도 하나님을 '전적 타자'라고 표현했다.
여기서 '하나님'을 '생명'으로 바꿔서 읽어도 말이 된다.
'생명은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과는 전적으로 다르다.'
'행복은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과는 전적으로 다르다.'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전이해, 생명에 대한 전이해, 행복에 대한 전이해를 내려놓고
예수를 통해서 발생한 하나님을 조금씩이라도 더 깊이 알아가는 게 최선의 삶이 아니겠는가.
폭염지절 원당에서의 밤도 판넨베르크의 저 짧은 글을 통해서 풍성해진다.
전적타자이신 하나님을 알고 싶어서 경외할 수밖에 없듯이,
내 주위 모든 존재가 나와 타자임을 깨닫게 되면 섬길 수밖에 없는 우리의 운명이군요.
진정한 생명과 행복이 바로 거기에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