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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사는 사람은 늘 자연과 함께,
자연과 더불어, 자연 안에서 산다.
자연이 그렇게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벌레를 질색하는 사람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살다 보면 벌레에 적응할 수도 있다.
그런 부분까지 포함해서 자연을 누릴 줄 알면
시골에서의 삶은 돈을 주고도 얻지 못하는 즐거움이 있다.
창문으로는 늘 나무와 풀밭과 하늘이 보이고,
현관문 밖으로 나오면 일상으로 흙과 디딤돌과 잔디를 밟는다.
높은 건물이 없기에 하늘은 저절로 눈에 들어온다.
나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밤에 종종 마당에 나온다.
시시각각 다른 모습인 밤하늘을 이렇게 손쉽게 볼 수 있다는 건
도시의 편리한 삶을 포기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특권이다.
어젯밤 9시쯤 마당에 나가서 우선 ‘낮에 나온 반달’이 찾았다.
남쪽 하늘 45도 각도로 구름 사이에서 부끄러운 자태를 보였다.
아래 사진이다.
달무리라고 부르기에는 어설픈 풍경이지만 대충 흉내는 낸다.
달과 구름과 태양 빛을 반사하는 달빛이 만들어낸 한순간이다.
동편과 서편 하늘에는 숨쉬기 힘들 정도로 긴장감을 자아내는
수많은 별이 각각의 모양과 색깔을 띠고
각자의 리듬에 따라서 빛을 내고 있었다.
예수도 저런 밤하늘과 달무리를 보았을 것이다.
그 순간 그의 영혼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물어볼 기회가 왔으면 한다.
내가 지금 직면한 이 모든 현상의 시초와 궁극적인 미래가
무엇인지를 생각하면 아득해진다.
어쨌든지 하늘이 점점 더 빛나는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오늘의 삶이 가볍다.
우리동네도 (금남면 용포리 쑥티마을) 높은 건물이 없어서 밤하늘이 잘 보입니다.
어젯밤엔 밤길 걸어오며 아내에게 "달은 지구를 돌?까 안돌까?" 하고 물었더니 1초도 망설임없이
"하루에 한바퀴씩 돌지 않아요?" 하고 대답했습니다.
달은 지구를 돌지 않습니다. 지구가 하루에 한바퀴씩 도니까 그렇게 보이는 것이죠.
달도 지구처럼 일정한 퀘도를 가지고 태양을 도는데 그게 똥그렇게 도는게 아니고 나선형으로 돕니다.
지구도 마찬가지로 약간 타원형으로 도는데 크게 보면 지구와 달이 약 29일 간격으로 꽈배기 처럼 한바퀴씩
꼬입니다. 굳이 말하지면 달도 지구를 돌고 지구도 달을 도는 모양새입니다. ㅎㅎ
그런데 그게 일부러 도는 게 아니고 그냥 지구나 달이나 태양을 중심으로 제 길을 가는 것이죠.
그렇게 보면 태양도 거대한 우주소용돌이에서 제 방향으로 돌고 있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