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은 로마 문명의 본질을 이렇게 요약했다. “그들이 하나님의 진리를 거짓 것으로 바꾸어 피조물을 조물주보다 더 경배하고 섬김이라.”(롬 1:25) 바울은 이어서 동성애 문제를 거론한다. 26절과 27절이다. 피조물을 조물주보다 더 경배하는 로마 문명의 한 예가 동성애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하나님께서 그들을 부끄러운 욕심에 내버려 두셨으니 곧 그들의 여자들도 순리대로 쓸 것을 바꾸어 역리로 쓰며 그와 같이 남자들도 순리대로 여자 쓰기를 버리고 서로 향하여 음욕이 불일 듯하매 남자가 남자와 더불어 부끄러운 일을 행하여 그들의 그릇됨에 상당한 보응을 그들 자신이 받았느니라.
여자와 남자가 차례대로 나온다. 우리말 성경의 표현인 ‘순리대로’는 그리스어 성경 τὴν φυσικὴν χρῆσιν의 번역이다. 영어로 the natural use이다. 직역으로는 ‘자연스러운 사용’인데, 풀어서 보면 ‘자연스러운 성행위’이다. ‘역리로’는 τὴν παρὰ φύσιν(that contrary to nature)의 번역이다. 우리말 성경의 표현인 ‘역리로 쓰며’는 어색하다. 성행위는 상대를 쓰는 게 아니지 않은가. 마틴 루터는 natürliche Umgang과 unnatürliche Umgang으로 번역했다. 영어 성경과 비슷한 뜻이다. 무슨 말인가? 바울은 이 문제를 옳음과 그름이 아니라 자연스러움과 부자연스러움으로 표현한 것이다. 즉 자연스러운 성관계는 이성애이고, 부자연스러운 성관계는 동성애이다.
전체 맥락으로 볼 때 동성애는 부끄러운 욕심과 음욕에 기인한 것이니까 잘못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바울이 동성애만 끊어서 악하다거나 죄라거나 동성애자들은 지옥에 간다고 말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가 본 것은 동성애라는 현상보다도 그것이 드러나게 된 인간의 욕망과 탐욕과 정욕이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의 탐욕과 정욕을 그대로 허락하시어 인간이 그에 상당한 대가를 받게 하신 것이다. “그들의 그릇됨에 상당한 보응을 그들 자신이 받았느니라.” 다시 말하지만 여기서 핵심은 동성애 현상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정욕과 욕심과 음욕이다. 이는 25절이 말하듯이 하나님의 진리를 거짓으로 바꾸는 것이며, 피조물(created things)을 창조주(the Creator)보다 더 경배하고 섬기는 것이다. 오늘 우리 이성애자들도 정욕과 욕심과 음욕과 교만 가운데서 살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는 없다.
아직까지 저는 동성애자들을 직접 만나본 적은 없습니다.
미디어에서나 접해봤을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