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북한이 국제 정세에서 ‘악의 축’인지 아닌지를 잘 알지도 못하고 대충 아는 것을 여기서 말하고 싶지도 않다. 북한을 말할 때는 권력 집단만 볼 게 아니라 더 우선해서 북한 주민을 생각해야 한다. 그들은 우리와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공동의 역사와 문화가 있으며 앞으로도 한반도에서 함께 살아야 이웃이자 형제지간이라는 사실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비유적으로 건달처럼 동네 사람들에게 늘 민폐를 끼치는 동생인지 모른다. 앞으로 계속 원수처럼 지낼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의 몇몇 정권이 남북 화해를 시도했고 몇몇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는 등, 남북 관계를 새롭게 하려고 노력했으나 결과적으로 진전이 없었다. 지금보다는 훨씬 좋은 국면을 열어갈 수도 있었으나 우여곡절 끝에 국내외 몇몇 어려움을 돌파하지 못했다. 한국교회가 별로 긍정적인 역할을 감당하지 못했다는 점은 크게 아쉽다. 긍정적인 역할이 아니라 오히려 퇴행적인 반응을 보였다. 현대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동서독의 통합 과정에서 독일 교회가 보인 역량이 부러울 뿐이다.
다시 확인하거니와 북한을 적대적으로 대하는 한국교회 그리스도인의 심정을 나는 충분히 이해한다. 그들은 공산주의의 유물론이야말로 하나님을 배척하는 가장 강력한 이데올로기라고 배운 것이다. 사실은 공산주의만이 아니라 우리 남한교회에 내면화한 자본주의도 철저한 유물론이다. 자연과학도 큰 틀에서 유물론이다. 어쨌든지 지금 남한교회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전개된 냉전 구도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았고, 전쟁이 터질 위험성이 가장 높은 지역 중의 하나로 남았다. 팔레스타인은 민족 간의 대립이라면 한반도는 같은 민족 내의 충돌이라는 게 더 슬픈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교회의 내면세계는 점점 더 초라해지고, 겉 모양은 더 난폭해지는 중이다.